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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에 해당되는 글 35건

  1. 2011.10.31 아, 힘들다...
  2. 2011.10.10 열흘만에 본 서진이와 서현이
  3. 2011.09.14 서진 서현과 함께 보낸 추석
  4. 2011.09.06 서진이와 서현이
  5. 2011.07.12 서현이의 출생

아, 힘들다...

육아일기 2011. 10. 31. 18:31
주영이에게도 나에게도 힘든 시기가 계속되고 있다.
주영이는 서현이랑 같이 자느라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
아이가 계속 밤중에 깨기 때문에 자다 깨서 먹이거나 달래서 재우느라 제대로 잠을 자는 날이 거의 없다.
서진이 때 같으면 양가 부모님이 번갈아 가며 해주셨을 일이지만 지금은 혼자서 하느라 거의 쉬질 못하고 있다.
벌써 체력적인 한계가 지났을테지만 그냥 참고 지내고 있다.
나는 주영이에 비하면 덜하지만 계속되는 입시관련 일로 주말에도 쉬지 못하고 계속 일을 하는데다,
지금은 감기까지 걸려서 역시 체력적으로 힘이 드는 것 같다.
그래도 그 와중에 기쁨과 위안을 주는 것은 서진이와 서현이다.

서현이는 너무나 순하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밤에도 엄마 품에서 방긋방긋 잘 웃기 때문에 주영이는 아이가 너무 예뻐서 잠을 못잤다고 할 정도다.
지난 주에 100일 사진을 찍으러 갔을 때도, 서진이가 서너시간 걸린 것에 비해 후딱 해치우고 말았다.
낯선 사람들 앞에서도 너무나 잘 웃었기 때문이다.
잘 때도 침대에 엎드려 눕혀 놓으면 조금 칭얼거리다 혼자서 잠이 든다.
평소에도 모빌이나  소서에서 혼자 잘 논다.
안으면 언제나 웃고, 눕혀 놓아도 팔다리를 휘저으며 잘 웃고 잘 논다.
어디서 이렇게 순한 아기가 왔을까?
주영이는 얼굴도 작고 귀엽지만 예쁘지는 않다고 한다.
아마 살이 쪄서 그렇게 보이나 보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눈이며 코며 입이며 두상이며 안 예쁜 곳이 없다.

서진이는 가끔 떼를 쓰고 말을 안 들어서 요새는 거의 매일 야단을 맞지만,
그래도 너무나 사랑스럽다.
며칠 전에는 아침부터 "아빠 이러(싫어)"하며 울길래 야단치고 계속 화난 체로 있었다.
서진이가 "아빠 왜 그래"하자 엄마가 "아빠 아파서 그래" 그러니까,
"아빠가 아프니까 서진이 마음이 아프다."라고 한다.
서현이한테 아직도 질투를 많이 느끼고 있지만,
어제는 서현이를 안아주기도 하고, 뽀뽀도 해주었다.
몸이 조금만 덜 힘들다면 서진이하고 더 많이 놀아줄 수 있을텐데...
서진이한테 미안하다.
주말에는 아침 일찍 나왔다가 저녁 늦게 들어가는 바람에 하루 종일 서진이 볼 시간이 없었는데,
다음날에도 일찍 학교에 나왔더니 서진이가 "아빠 어디 갔어"라며 찾았다고 한다.
서현이, 서진이 모두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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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네오소나
|
출제 때문에 열흘이나 합숙을 하고 어제야 돌아왔다.
예측했었지만, 역시나 집을 떠나 생활하는 것은 언제나 불편하고 외롭다.
숙소가 아무리 특급호텔에, 최고급 침대와 최고급 이부자리여도 밤엔 잠을 푹 자기 어렵다.
물론 낮에 누워 있어도 집에서처럼 꿀맛같은 낮잠을 자기는 어렵다.
호텔휘트니스센터에서 운동을 하고 사우나에서 깨끗한 욕탕에 몸을 담그고 있어도,
가족이 그립고 아이들이 보고 싶다.
그리고 지금의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를 절실히 깨닫는다.

집에 돌아오기 전에는 온갖 걱정이 많았다.
서진이가 그동안 또 변한 것은 아닌지, 아빠한테 데면데면하지는 않을지, 밤에 같이 안자겠다고 우는 것은 아닌지...
하지만 서진이는 아빠를 너무나 다정하게 맞아주었다.
들어가자 마자 안에서 "아빠가 왔나봐"하는 소리가 나고, 서진이가 현관으로 뛰어왔다.
모든 걱정을 일시에 날려버리는 너무나 환한 웃음과 함께.
잠시 서진이를 꼭 안아주고 장모님과 주영이에게 인사를 하고 옷을 갈아 입었다.
옷을 갈아입은 후에는  서현이를 봤다.
역시 아기라 그런지 열흘 만에도 몰라보게 자랐다.
뒤집기를 했다더니만, 역시나 뉘어놓으면 계속 옆으로 뒤집는다.
안고서 까궁 했더니 좋아라 웃는다.
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모습인가.
아빠한테 그동안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았는지, 쉬지 않고 옹알이를 한다.
나도 함께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눈다.
"아~ 어~ 어구~ 으~"
이렇게도 순하고 예쁜 아기가 있단 말인가.

서진이도 몰라보게 예뻐졌다.
아빠가 서진이 보고 싶어서 밤에 울었다고 주영이가 얘기하자,
서진이도 아빠 보고 싶어서 울었다고 말한다.
나 없는 동안, 서진이가 너무나 착하게 잘 지냈다고 한다.
저녁 먹으라는 말에 대답 없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내가 가서 조금 놀아주니 스스로 밥먹겠다고 와서 잘 먹는다.
오늘 아침에도 생선에 밥을 먹고, 심지어 더 달라고 하기까지 했다.
잘 먹고 쑥쑥 커주면 원이 없겠다. 

어제 오후에는 오랜만에 서진이를 데리고 소현초등학교에 갔다.
일요일에는 아빠 학교에 놀러갔었는데, 어제는 적성검사로 학교가 너무 붐벼서 그럴수가 없었다.
열흘 새에 말도 많이 늘어서 다양한 어휘를 구사한다.
끝이 막힌 계단에 올라가더니, "그러고보니 여긴 길이 없네"라고 한다. 
집에서도 말 중간중간에 "그러고보니"라는 말을 쓴다. 한편으로는 우습기도 하다.
밤에도 아빠랑 자겠다고 해서, 서재에서 요를 펴고 같이 잤다.
어린애들은 열이 많다지만, 그래도 춥지는 않은 지 걱정이다.
이불을 잘 덮지 않고 자기 때문이다.
오늘부터는 보일러를 켜고 잘까 생각 중이다.
어쨌거나 오랜만인데도 서진이는 옆에서 잘 잤다.
함께 자보니 서진이 때문에 잠 잘 못잔다는 말이 얼마나 부질없는 소리인가 싶다.
특급호텔에서 자면서 한번도 피로가 풀렸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숙면을 취하지 못했는데,
어제는 정말 오랜만에 푹 쉬었다.
아침에는 살짝 잠을 깬 서진이가 안아달라고 해서 안아주었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서진이가 너무나 예뻐서 눈을 떼기가 어렵다.
서현이도 얼마나 이쁜지 일단 보기 시작하면 다른 일을 하기 어렵다.
이렇게 예쁜 두 딸을 낳아주고 길러주는 주영이가 너무나 고맙다.
물론 그것 말고도 주영이에게 고마워해야 할 일은 너무도 많지만...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 행복해서 마치 절대 깨어나고 싶지 않은 꿈처럼 느껴진다.
주영이와 아이들에게 고맙고 미안하다.
더 많이 놀아주지 못하고 더 많이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더 열심히 운동해서 건강해지면, 아이들을 데리고 열심히 놀러다녀야겠다.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좋은 구경도 많이 하고, 재미있는 체험도 많이 하고,
이 세상이 얼마나 좋은 곳인지를  보여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Posted by 네오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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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도 짧은 추석 연휴를 서진, 서현과 집에서 보냈다.
보통 때, 내가 집에 오면 서진이는 자고 있을 때가 많다.
놀이학교에서의 하루가 고단해서인지 저녁 7시 정도만 되어도 잠이 든다.
덕분에 집에 와서 서진이와 같이 놀 시간이 최근에는 거의 없었다.
대신 서현이는 10시반에서 11시 경에 마지막 수유를 하고 잠이 들기 때문에,
퇴근 후에는 내가 줄곧 안고 있다가 마지막 모유를 먹이고 재우곤 했다.
어쨌든 이것 외에도 이런저런 이유로 서진이와는 최근에 시간을 잘 보내지 못했고,
오히려 서현이와 더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인지 서진이가 아빠를 잘 따르지 않게 되었다.
예전에 나만 좋아했던(?) 기억은 모두 잊어버리고,
엄마만 졸졸 따라다니거나, 할머니에게 달려가곤 했다.
그러다가 이번 연휴는 거의 나와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그나마 연휴동안 만큼은 나와 밖으로 놀러 나가기도 하고,
집에서 색칠하기도 같이 하고, 밥도 아빠랑 먹고,
낚시대를 이용한 다양한 놀이도 같이 하고, 그 외 등등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저녁에는 아빠와 자겠다고 선언까지 했다.
결국은 할머니와 잠이 들었지만.
그래도 이번 연휴는 두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서진이가 아빠를 많이 따르게 된 점이 가장 큰 수확이다.
어쩌면 할머니 할아버지가 강릉에 가신 후에는 아빠와 자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한적하게 쉬며 보낸 명절이지만 한편으로는 어릴 적과는 참 다른 명절이기도 하다. 
예전 같으면 친척들이 시끌벅적 모여서 술판을 벌이거나 이런저런 이야기로 밤을 새웠을텐데
지금은 같이 술먹는 사람도 없고 이야기할 사람도 없다는 점이 많이 달라진 점이기는 하다.
어제 저녁에 처남과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남자 네명이 타서 밖으로 술을 마시러 가는 모습을 보고 잠시 옛날 생각이 났다.
어릴땐 정말 시끌벅적한 명절이었는데.
할아버지 댁에 적어도 열다섯명 정도는 모였으니 말이다.
이젠 정말 그 때와는 다른 세월이다.
주영이는 외로움을 많이 타서인지 시끌벅적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눈치이다.
그게 아이들에게도 좋은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일지도 모르겠다. 

서현이는 서진이에 비해 많이 순하지만 가끔은 한 성질 할 것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배가 고프거나 졸릴때는 꽤나 성깔 있게 운다.
오늘 모여준 모습은 전성기 때의 서진이를 보는 듯 했다.
그래도 최근 살이 통통하게 올라서 너무나 예뻐졌다. 
서진이가 놀이학교를 다니고서부터는 뽀뽀도 못하게 하고 잘 안아주려고 하지도 않는다.
서현이도 그럴 것 같아서 요새 마음껏 뽀뽀도 하고 시간나는대로 안아주고 있다.
왜 이렇게 아이가 예쁜지 모르겠다. 

아, 그리고 서진이가 "로보카 폴리" 를 많이 보더니 말투가 바뀌었다.
얼마전에는 홈플러스에 가서 토이스토리의 버즈 인형을 보고 여기저기 동작버튼을 눌러보더니
"이야, 이건 정말 굉장한데"
 라고 하는 걸 보고 웃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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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네오소나
|
서현이가 태어난지도 어느덧 60여일이 되었다.
그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는데도 글을 쓰지 못했다. 피곤했던 것일까.
방학인데도 이상하게 일이 많았다.
개학을 하니 일이 더 많아졌는데, 그래도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사실 시간은 생기는 것이 아니라 내는 것인데...

서현이는 아직까지는 참 순하다.
엄마의 모유를 먹고 나면 대부분의 시간을 자면서 보내거나 깨어 있을 때는 그냥 멀뚱멀뚱 있다.
그게 최근에는 점점 손을 타서 안아달라고 우는 경우가 많아지기는 했지만...

서현이는 두상이 참 예쁘다.
태어났을때부터 그리고 산후조리원에 있을 때에도 그리고 지금도 어디든 가면 두상이 예쁘다는 말을 듣는다.
서진이가 다소 동양적으로 생긴 것에 비해 서현이는 서양적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서진이는 얼굴이 좀 크고 넓적한 반면 서현이는 앞뒤로 길고 갸름하다.
나는 지금의 서진이 얼굴이 참 예쁘고 좋다.
이렇게 예쁜 아이가 내 딸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곤 한다.
하지만 서현이에게도 많은 기대가 된다.
서진이가 오밀조밀 예쁜 얼굴이라면 서현이는 시원시원한 이목구비에 늘씬한 미모를 갖게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허허... 물론 김칫국이긴 하지만.

서현이가 살이 오르면서 얼굴도 많이 달라졌다.
태어나서는 쭈글쭈글한 상이었다면 지금은 굉장히 똘망똘망한 얼굴이다.
주영이는 서현이가 발달이 늦는 것은 아닌지 걱정했지만,
지금의 서현이 얼굴은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눈도 오히려 더 커진 것 같고, 오똑한 코며 입술이며 무척이나 귀엽다.

서진이 때도 그랬지만 서현이를 안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운동하고 집에 간 날은 등이 아프긴 하지만...
그래도 서현이를 안았을 때의 뭔가 충만한 느낌은 참 좋다.
 서진이와 마찬가지로 입술이 예뻐서 계속 뽀뽀를 하고 싶어진다.

순하던 서현이도 요새는 조금씩 성깔이 생기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안아줘도 졸려서 잠투정을 할 때는  팔다리를 버둥거리며 울어댄다.
어제도 잠들기 전까지 두시간이나 씨름을 했다.
하지만 울기 시작할 때 눈을 감고 입을 벌리는 모습도 너무나 사랑스럽다.
서진이 때도 우는 모습 조차 예뻐서 그냥 보던 기억이 난다.

서진이는 서현이 때문에 질투가 생겼나보다.
요새는 엄마에게 많이 집착하고 있다.
나를 그렇게 따르더니만 이제는 나는 본 척도 하지 않는다.
낮에도 엄마랑 붙어있으려고 하고,
잘 때도 엄마하고만 자려고 한다.
그런 모습이 무척 서운하고 속상했는데,
지금은 좀 단련이 되었다.
나한테 "절로가", "싫어 아빠랑 안할꺼야" 등등 상처주는 말들을 해대더니,
이제는 조금 나아졌다.
뭐 그래도 내 말을 완전히 무시하는 건 여전하지만.

이런 증상이 엄청 심하다가 장인장모님이 오시고 조금씩 나아지긴 했다.
아마도 두 분이 잘 받아주니까 기분이 풀린 것 같다.
어제는 엄마한테 한번 혼나고 나서, "엄마 죄송해요. 엄마 미안해" 하고 말하는 것을 보니 조금 짠해졌다.
엄마한테 덜 집착하고 나한테 오면 좀 나으련만...
그런데 이상하게 나한테는 막 대하는 느낌이 든다.
내 곁에 오면 꼭 내 발을 밟거나 앉아 있을 때는 내 다리 위에 서려고 하거나,
기분이 상하면 나를 때리려고 하거나 등등.
뭔가 아빠로서의 권위 같은 것이 없어 그런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내가 하는 말은 전혀 듣지 않는 점.
내가 야단쳐도 전혀 개의치 않는 점.
나한테는 혼이 나도 미안하다거나 죄송하다고 하지 않는 점 등등.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래도 서진이는 예쁜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토트네스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면 참 맑고 순수하다.
그리고 항상 웃는 얼굴이다.
학교에서나마 잘 지내주니 고맙다.
내가 조금 더 건강하다면 하고 많이 생각한다.
그럼 시간나는대로 나가서 놀아줄텐데...
운동 열심히 해서 서현이가 조금 더 크면 많이 놀아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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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네오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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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이와는 달리 둘째는 7월 7일로 미리 날은 받아놓고 유도분만을 시도했다.
서진이는 예정일이 일주일이나 지나도록 진통을 기다리다 결국은 아침부터 하루종일 등산과 계단오르내리기를 한 끝에 밤 12시에야 진통이 시작되었었다.
7월 7일은 예정일인 18일보다 무려 11이나 당겨진 날이었지만, 38주부터는 언제든 출산할 수 있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씀을 믿고 출산을 하기로 맘먹었다.
물론 7월 7일로 날짜를 정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라 그 날이 길일이라고 장모님을 날을 받아오셨기 때문이다.

아침 8시 전에 병원에 와야 한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씀 때문에, 전날 밤에 미리 짐을 싸놓고 7일 아침에는 일어나서 대충 밥을 먹고 출발해서 왔다.
서진이가 깨어 있었는지 그리고 우리에게 인사를 했었는지 명확하게 기억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다시 생각해보니 서진이는 깨어 있었고, 별로 대수롭지 않게 인사를 했던 것 같다.
아마 "안녕히 가세요"라고 했던가...

의외로 차가 막혔지만 어렵지 않게 병원에 도착했다.
곧바로 분만실로 올라갔다.
옷을 갈아입고 준비를 하는 동안 역시나 나는 대기실에서 기다려야 했다. 
오늘 하루 이 대기실에 얼마나 있어야 하는 것일까.
기다리는 동안 다른 산모와 남편이 왔다.
그 쪽도 남편만 대기실에 남은 덕분에 간단한 대화를 나눴다.
벌써 세번째 출산이란다. 나중에 알았지만, 산모는 주영이보다 열 살이나 어렸다.
나에게 첫애냐고 물어봐서 "내가 좀 젊어보였나"하는 얼토당토 않은 생각을 잠시 했다.
그 쪽은 두 딸에 이번엔 아들이라고 하는데, 일부러 아들을 낳기 위해 셋째를 가진 것인지 물어보지는 않았다.
둘째가 아들이 아닌 딸이라는 사실을 안 이후로 주영이가 계속 힘들어 했기 때문에, 일부러 관심을 두지 않았다.
어쨌거나 라이벌이 생겼다.

들어오라는 간호사의 말을 듣고 안으로 들어가니 주영이가 링겔을 꽂고 누워서 기계로 아이 맥박과 수축정도(?)를 측정하고 있었다.
주영이랑 얘기를 하면서 링겔의 관을 보는데, 조그만 공기방울이 위에서부터 천천히 내려간다. 분명히 혈관에 공기방울이 들어가면 안 되는 것으로 아는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주사바늘 근처에 있는 조그만 장치가 혹시 걸러주는 것일까 싶어 기다렸는데, 그냥 지나쳐 간다.
간호사를 불러 "이건 공기가 들어가도 상관없는 건가요?"하고 물었다. 지금 생각하면 다급한데 그렇게 정중하게 말해야 했나 싶기도 하다.
간호사가 주사를 뽑고 공기를 뺀 후에 다시 연결했다. 뭐라 한마디 할까 하다가 중요한 날이고, 이 간호사가 주영이를 계속 돌봐야 할테니 그냥 참았다.

주영이가 누워 있는 동안 나는 가져온 간단한 짐을 병실에 갖다 두고 다시 왔다.
그래프는 별 신호가 없었고, 열심히 운동하라는 간호사의 말을 뒤로 하고 주영이와 병실로 갔다.
역시나, 전화기 선이 빠져 있었다. 
서진이 때 생각이 났다.
병실에 가서 기다리면 전화준다는 간호사 말을 듣고 병실에 가 있었는데, 그 때도 전화기 선이 빠져 있었다.
덕택에 전화를 했는데도 연락을 못받아 주영이에게 얼마나 원망을 받았던가...
링겔을 꽂은 채로 복도와 방안에서 걸어다니며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30분 마다 돌아가서 진통정도를 봤는데, 시간이 어찌나 빨리 가는지....
아침에 라이벌 남편과 얘기하면서 "한 6시간 걸린다니 2시 쯤에 낳겠네요.", "점심 전에 낳으면 좋겠는데."라고 했던 것이 무색하게 순식간에 점심시간이 되었다.
산모는 아무 것도 먹을 수 없기 때문에 혼자 내려가서 콩나물국밥을 먹고 왔다.
라이벌도 아직 별다른 기색은 없다.
대기실에서 또다른 산모의 남편을 만났는데, 새벽 4시 반에 진통이 와서 병원에 왔단다.
1시 쯤에 대기실에서 가운을 입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이건 곧 분만을 한다는 뜻인데...
아니나 다를까 곧 아이를 출산했다.
이 쪽은 첫애란다.
라이벌 남편과 계산해 보니, 우리는 4시나 되어야 출산할 것 같았다.
별수 없지. 기다리는 수밖에...

11시 쯤에 주영이가 무통분만에 필요한 약물투여를  하기 위해 먼저 주사바늘을 꽂았다. 약물은 진통이 오기 시작하면 그 때 투여한다고 한다.
주사바늘을 꽂는 작업도 꽤나 고통스러운 일이다.
가져간 아이패드로 인터넷을 뒤져보니 바늘을 정확한 위치에 꽂지 못해 서너번씩 다시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때부터 주영이도 슬슬 힘들어하기 시작했다.
촉진제가 들어가면서 조금씩 통증이 오기 시작하고, 무통분만을 위한 주사바늘도 꽤나 아픈 모양이었다.
아픈 걸 참고 계속 운동을 하는데 별로 여의치가 않다.
중간에 30분씩 검진하러 가던 것도 이제는 한시간으로 간격이 늘어났다. 
조금씩 진통이 오는 것 같다가도 검진하면 별로 반응이 없고, 내진을 하고 나서 뭔가 진통이 시작되는 듯 싶다가도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
3시쯤에 40% 정도 진행되었다고 하고 4시쯤에는  50~60% 정도가 진행되었다고 하는데 진통은 별로 신통치가 않다.
더군다나 의사선생님이 무통분만용 바늘을 괜히 꽂았다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이런...
그 와중에 라이벌은 진통을 시작하고 4시가 좀 지나자 출산을 했다.
이럴 수가... 우리가 먼저 왔는데...

5시가 되면 촉진제 투여를 그만 둬야 한다고 한다.
그럼 내일 다시 와야 하는 것인가?
인터넷에 이틀간 실패하고 결국 집에 돌아왔다는 글이 있더니, 우리도 그렇게 되는 것인가 걱정이 되었다.
그 말을 들어서 그런 것인지, 그나마 조금 있던 진통은 아예 사라져 버린 것 같았다.
주영이는 어차피 유도분만을 실패하면 수술을 해야 하니 그냥 오늘 수술하는게 어떻겠냐고 한다.
다시 아이패드로 제왕절개에 관련한 이런저런 글들을 검색했다.
제왕절개는 당연히 자연분만보다 위험하고, 회복도 느리며, 회복시 통증 또한 더 크다... 라는 글들을 찾아 주영이에게 보여주었다.
계속 제왕절개를 고집하다 조금씩 다시 자연분만을 하는 쪽으로 주영이 마음도 기울기 시작했다.
나는 일단 의사선생님과 상의하는게 어떻겠냐고 설득했다.

5시에 다시 내진을 받으니, 의사선생님이 이제 많이 진행되었다며 어떻게든 오늘 끝내자고 한다.
주영이가 제왕절개에 대해 물어보니, 이렇게까지 진행된 걸 수술하면 너무 아깝지 않겠냐고 그냥 자연분만을 하자고 했단다. 주영이도 이젠 제왕절개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주영이와 함께 너무 일찍 온게 아닐까... 어차피 오늘이 지나서 낳을 거라면 날 받아서 온게 무슨 소용인가 등등을 얘기를 하다가, 어차피 병실에서 오늘을 보내려면 내가 덮을 이불이 필요할 것 같아 집에 다녀왔다.
돌아와 보니 병실에 주영이가 없다.
분만실에 가서 서성이니 들어오란다.
주영이가 분만실 옆 병실에 누워서 검사를 받고 있다.
내가 나간 후에 계단오르내리기 신공을 펼쳤더니 진통이 왔단다.
그것참...

아무튼 이제 더 이상 운동은 하지 않고, 다시 진통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오늘 평창이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면서 롯데 온라인 쇼핑몰에서 추가세일을 한다고 한다.
주영이가 눈여겨 보던 핸드백을 롯데에서 파는데, 오늘 사면 추가할인을 받을 수 있다나...
핸드백을 사고 싶다고 해서 용돈 50만원을 부쳐주었는데, 이 돈으로 오늘 사야겠단다.
덕분에 진통이 오락가락 하는 사이에 노트북을 가져와서 핸드백 쇼핑을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전개되었다.
주영이가 진통을 겪고 있는 동안, 나는 앞 의자에 앉아서 노트북으로 무선랜을 잡느라 한참의 시간을 보내고 나서,
롯데쇼핑몰로 들어가 주영이와 핸드백을 골랐다.
결제를 해야 하는데, 이놈의 쇼핑몰! activeX 프로그램을 한 15번에 걸쳐 설치한다.
카드 결제 한번 하려고 클릭직을 수십번 하고 있으니, 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르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간호사들이 날 어떻게 생각하겠나.
아내는 진통 중인데 그 앞에서 노트북으로 쇼핑이나 하고 자빠져 있으니...
우여 곡절 끝에 핸드백 쇼핑을 마쳤다.

잠시 후 진짜 진통이 시작되었다.
조금전까지만 해도 왜 이렇게 진통이 안오는지 모르겠다고, 별로 아프지가 않다고 하던 주영이가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나는 다시 나가서 대기를 하고, 주영이는 잠시 후 분만실로 옮겨졌다.
고통이 심했는지 주영이가 울며 사정을 한다.
다행스럽게도 서진이 때와는 달리 일단 진통이 시작되자 모든 것이 빨리 진행되었다.
가운을 입고 잠시 기다리자 분만실로 들어오라고 한다.
긴장이 점차 최고조에 다다르기 시작한다.
그동안 속으로 수십번이나 했던 기도를 다시 하기 시작했다.
제발 아기와 산모가 무사하기를...

주영이가 두번째로 힘을 주기 시작하자 출산이 시작되었다.
머리 쪽에 있어 보이지는 않았지만 의사선생님의 동작으로 아기가 나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순식간에 아기가 나왔다.
간호사가 클립으로 탯줄 양쪽을 고정하고 나에게 가위를 주었다.
탯줄을 자르기가 의외로 쉽지 않다는 말에 긴장을 했는데, 생각보다는 쉽게 잘렸다.
빨간 아기와는 달리 흰색에 투명하기까지 한 탯줄이 뭔가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잠시 후 아기와 가까운 쪽의 탯줄을 한번 더 자르고 나서, 아기를 더 자세히 볼 수 있게 되었다.
서진이 때 신생아가 얼마나 작은지 이미 한번 보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모든 것이 자연스러워 보였다.
아기는 모든 부분이 완벽했다. 눈, 코, 입, 그리고 손가락과 발가락.
서진이는 혈관종이 있었는데, 이마도 깨끗했다.
주영이도 안정되어 아기를 보고 싶어했다.
안경이 없어 자세히 볼 수 없었던 터라 자꾸 나에게 예쁘냐고 물어봤다.
당연히 예쁘지.
서진이보다 예쁘냐고 물어본다.
더 예쁜 것 같다고 했다.
내눈에는 서진이와 똑같아 보인다.
눈, 코, 입이 다 똑같다.
감동적이다. 서진이 때 느꼈던 그런 벅찬 감동이 다시 밀려왔다.
주영이가 너무나 대견했다.
많이 아프고 힘들었을텐데 다 이겨내고 이렇게 예쁜 새생명을 만들어 내다니...
남자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다.

아기를 닦아내고 나와서 캠코더로 찍었다.
몸무게는 2.7 kg. 서진이보다 150그램이 더 무겁다.
서진이에 비해 18일이나 먼저 나왔는데, 몸무게는 더 나간다.
머리는 더 작아보인다. 미안해 서진아...
진통이 시작되기 전에 기다린 것에 비해, 그 이후는 너무나 빨리 그리고 순조롭게 지나갔다.
병실로 가기 전에 주영이는 분만실 옆 병실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나는 부모님과 장인장모님, 동균이와 근혜에게 연락을 했다.
페이스북에도 올려서 많은 축하를 받았다.

사랑하는 주영이와 우리 딸들.
지금 이순간 내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우리 가족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 한가지 뿐이다.
특히 우리 서현이.
목도 못 가누는 서현이가 빨리 자라주기를... 그리고 서진이 만큼만 건강하기를...
Posted by 네오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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