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52024  이전 다음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출제 때문에 열흘이나 합숙을 하고 어제야 돌아왔다.
예측했었지만, 역시나 집을 떠나 생활하는 것은 언제나 불편하고 외롭다.
숙소가 아무리 특급호텔에, 최고급 침대와 최고급 이부자리여도 밤엔 잠을 푹 자기 어렵다.
물론 낮에 누워 있어도 집에서처럼 꿀맛같은 낮잠을 자기는 어렵다.
호텔휘트니스센터에서 운동을 하고 사우나에서 깨끗한 욕탕에 몸을 담그고 있어도,
가족이 그립고 아이들이 보고 싶다.
그리고 지금의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를 절실히 깨닫는다.

집에 돌아오기 전에는 온갖 걱정이 많았다.
서진이가 그동안 또 변한 것은 아닌지, 아빠한테 데면데면하지는 않을지, 밤에 같이 안자겠다고 우는 것은 아닌지...
하지만 서진이는 아빠를 너무나 다정하게 맞아주었다.
들어가자 마자 안에서 "아빠가 왔나봐"하는 소리가 나고, 서진이가 현관으로 뛰어왔다.
모든 걱정을 일시에 날려버리는 너무나 환한 웃음과 함께.
잠시 서진이를 꼭 안아주고 장모님과 주영이에게 인사를 하고 옷을 갈아 입었다.
옷을 갈아입은 후에는  서현이를 봤다.
역시 아기라 그런지 열흘 만에도 몰라보게 자랐다.
뒤집기를 했다더니만, 역시나 뉘어놓으면 계속 옆으로 뒤집는다.
안고서 까궁 했더니 좋아라 웃는다.
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모습인가.
아빠한테 그동안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았는지, 쉬지 않고 옹알이를 한다.
나도 함께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눈다.
"아~ 어~ 어구~ 으~"
이렇게도 순하고 예쁜 아기가 있단 말인가.

서진이도 몰라보게 예뻐졌다.
아빠가 서진이 보고 싶어서 밤에 울었다고 주영이가 얘기하자,
서진이도 아빠 보고 싶어서 울었다고 말한다.
나 없는 동안, 서진이가 너무나 착하게 잘 지냈다고 한다.
저녁 먹으라는 말에 대답 없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내가 가서 조금 놀아주니 스스로 밥먹겠다고 와서 잘 먹는다.
오늘 아침에도 생선에 밥을 먹고, 심지어 더 달라고 하기까지 했다.
잘 먹고 쑥쑥 커주면 원이 없겠다. 

어제 오후에는 오랜만에 서진이를 데리고 소현초등학교에 갔다.
일요일에는 아빠 학교에 놀러갔었는데, 어제는 적성검사로 학교가 너무 붐벼서 그럴수가 없었다.
열흘 새에 말도 많이 늘어서 다양한 어휘를 구사한다.
끝이 막힌 계단에 올라가더니, "그러고보니 여긴 길이 없네"라고 한다. 
집에서도 말 중간중간에 "그러고보니"라는 말을 쓴다. 한편으로는 우습기도 하다.
밤에도 아빠랑 자겠다고 해서, 서재에서 요를 펴고 같이 잤다.
어린애들은 열이 많다지만, 그래도 춥지는 않은 지 걱정이다.
이불을 잘 덮지 않고 자기 때문이다.
오늘부터는 보일러를 켜고 잘까 생각 중이다.
어쨌거나 오랜만인데도 서진이는 옆에서 잘 잤다.
함께 자보니 서진이 때문에 잠 잘 못잔다는 말이 얼마나 부질없는 소리인가 싶다.
특급호텔에서 자면서 한번도 피로가 풀렸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숙면을 취하지 못했는데,
어제는 정말 오랜만에 푹 쉬었다.
아침에는 살짝 잠을 깬 서진이가 안아달라고 해서 안아주었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서진이가 너무나 예뻐서 눈을 떼기가 어렵다.
서현이도 얼마나 이쁜지 일단 보기 시작하면 다른 일을 하기 어렵다.
이렇게 예쁜 두 딸을 낳아주고 길러주는 주영이가 너무나 고맙다.
물론 그것 말고도 주영이에게 고마워해야 할 일은 너무도 많지만...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 행복해서 마치 절대 깨어나고 싶지 않은 꿈처럼 느껴진다.
주영이와 아이들에게 고맙고 미안하다.
더 많이 놀아주지 못하고 더 많이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더 열심히 운동해서 건강해지면, 아이들을 데리고 열심히 놀러다녀야겠다.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좋은 구경도 많이 하고, 재미있는 체험도 많이 하고,
이 세상이 얼마나 좋은 곳인지를  보여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Posted by 네오소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