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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교수의 글에서 인상적인 대목 하나

"신자유주의에 대한 잘못된 인식 - 정확히는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인식 - 은 마치 잘못된 지도를 펼쳐놓은 것과 같다.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어디로 가는지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 부분을 다시 찾아보려 했지만 찾을 수 없어 생각나는대로 적었다.

우리나라에게 잘못된 지도는 왜곡되고 있는 역사와 언론이다. 친일파와 군사독재의 주역들, 그리고 그들을 찬양했던 자들이 나라의 주도층이 된 지금, 그들에 의해 제시된 지도는 우리로 하여금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 잘못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오늘날 자본주의의 역사는 완전히 다시 쓰여졌다. 때문에 부유한 세계에 사는 사람들 가운데에는 개발도상국들에게 자유 무역과 자유 시장을 권장하는 것이 역사적 위선이라는 것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 역사는 승자들에 의해서 쓰여지는 것이고, 과거는 현재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런 만큼 부자 나라들은 상당 정도 무의식적으로 과거의 자국 역사를 실제 모습 그대로가 아닌 현재 스스로를 바라보는 자국의 관점에 더 어울리게끔 점진적으로 고쳐 쓸 수밖에 없다"

이 글이 우리의 역사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이 한편으로는 신기하고 한편으로는 섬뜩하다. 진실된 과거-역사는 이제 잊혀지고 왜곡되고 포장되어버리는 것일까?
Posted by 네오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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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나무에 밥을 먹으러 갔다가 우연히 주워든 책이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이었다.
혼자 밥을 먹으러 가는 경우가 많아 보통은 무료함을 달랠 책을 한 권씩 들고 갔었는데 이날은 건망증 덕에 좋은 책을 보게 되었다.
비록 번역본이기는 하지만 문장의 유려함을 한눈에 느낄 수 있었다. 논문을 쓰면서 유난히 기승전결과 같은 문장의 구조와 연결에 집착하는 스타일이라 더욱 와 닿았는지도 모르겠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것을 잘 풀어내어 간결하게 정리한 글에 우선 감탄했다.
책의 앞부분은 63년생이 저자가 우리나라에서 자라면서 보았던 것들에 대한 회고 비슷한 내용들이다. 물론 저자가 자신의 논리를 풀어나가기 위해 꼭 써야 했던 부분들이지만 그 글을 읽으면서 나도 마치 과거로 돌아가 내가 자라났던 집안과 뛰놀았던 골목들을 바라 보는 듯 했다.
수사가 많고 현란한 수식어로 가득찬 문장을 싫어하는 나이지만 장하준 교수의 글은 세밀한 묘사를 하면서도 간결해서 읽는 글이 머리 속의 이미지로 너무 쉽게 형상화되었다. 나도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면... 박사과정 동안 겪었던 일들로 인해 손에서 놓아버린 글쓰기에 대한 향수를 다시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한 글이었다.
오랜만에 좋은 글을 담은 책을 보아서 너무 기쁘다. 더욱 기쁜 점은 문장 뿐 아니라 그 내용과 사상까지도 나의 마음에 꼭 든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내가 좋아하는 경제학 책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은 보다 행복할 수 있겠지.
Posted by 네오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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