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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향기'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0.05.25 I'm in the dark! 2

I'm in the dark!

영화 2010. 5. 25. 00:18

오늘 집에서 서진이를 데리고 놀다가, TV에서 여인의 향기를 보게 되었다.
이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역시나 탱고를 추는 장면이었다.
내가 공군학사장교로 입대하게 만든 장면이기도 하다. 당시엔 장교가 되면 그런 것도 배우는 줄 알았다.
나중에야 대한민국의 장교는 사병과 똑같은 군발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당시에 장교가 대한민국 여자들이 선호하는 신랑감 후보 2위라는 말이 있었다. 물론 1위는 민간인이다.

오늘은 영화의 후반부부터 보게 되었는데, 역시나 알 파치노의 연기는 압도적이다.
정말 맹인인 것처럼 보인다는 점도 대단하지만, 무엇보다 그의 연기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영화에 몰입하도록 만든다.
감정이 뿜어져 나올 때 그가 보여주는 카리스마란...

프랭크 슬레이드(알 파치노)는 찰리 심스(크리스 오도넬)에게 시가 심부름을 시킨다. 그의 속셈은 그 동안에 자결을 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낌새를 알아챈 찰리는 재빨리 돌아와 이를 저지하려 한다.

You fucked up, all right ? So what ?
So everybody does it. Get on with your life, would ya ?

찰리가 프랭크에게 한 말이다. get on with는 make a progress, continue의 뜻을 갖고 있다.
굳이 우리말로 한다면 "인생을 계속 살아가도록 하세요. 누구나 그렇게 망치면서 삽니다." 정도.
이 때 프랭크가 절규한다.

What life? I got no life! I'm in the dark here!
You understand? I'm in the dark!

특히 "I'm in the dark!"라고 외치는 알 파치노의 모습이 너무나 강렬해서 지금도 그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리는 듯 하다.
실명 후 어둠 속에서 살고 있는 그. 그러나 이 어둠은 물리적인 것만이 아니다. 그의 인생은 아무런 희망 없이 그야말로 어둠 속에 있다.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 한가지만 대 보라는 프랭크에게 찰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You can dance the tango and drive a Ferrari... better than anyone I've ever seen.

이 말을 듣고 프랭크는 자결을 포기한다. 물론 이 말이 그의 마음을 바꾼 것은 아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의 마음을 돌린 것은 어떻게 해서든 그를 말리려고 하는 찰리의 마음이다. 찰리에게 존 다니엘(실은 잭 다니엘) 한 잔을 청한 후, 프랭크는 이렇게 말한다.

You know what's kept me goin' all these years ?
The thought that one day --Never mind. Silly.
Just the thought that maybe one day, I'd -- 
I could have a woman's arms wrapped around me...
and her legs wrapped around me.
That I could wake up in the morning and she'd still be there.
Smell of her. All funky and warm.

여기서 smell of her는 바로 이 영화의 제목 scent of woman이다. 프랭크가 원하는 것은 바로 이 것. 여인의 향기이다. 앞부분이 외설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 남자가 인생을 살기 위해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바로 그 남자를 지탱해주는 한 여인인 것이다. 그것은 인생의 나머지 부분을 살게 하는 에너지의 원천이다. 여자의 향기는 남자로 하여금 인생을 살게 하는 motif인 동시에, 여자가 남자에게 주는 모든 성적인 혹은 정신적인 지원을 나타낸다.

그러나, 오늘 이 영화에서 가장 감동을 준 부분은 다름 아닌 학교에서의 장면이다.
학교에서 찰리는 자신이 목격한 장면의 학생들을 발설하지 않는다는 댓가로 퇴학의 위기에 처하고, 프랭크는 그 순간 찰리를 지키기 위해 그의 생애에서 가장 멋진 연설을 하게 된다.

Now I have come to the crossroads in my life.
I always knew what the right path was.
Without exception, I knew, but I never took it.
You know why? It was too damn hard.
Now here's Charlie. He's come to the crossroads.
He has chosen a path. It's the right path.

너무나 가슴에 와 닿는 말이다. 우리는 대부분의 경우, 어느 쪽이 옳은 길인지 알고 있다. 어느 쪽이 더 유리한 길인지를 알기가 어려울 뿐이다. 거기엔 계산이 필요하니까...
하지만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선택하지 않게 마련이다. 지금도 우리는 보다 안전한 삶을 위해 옳은 길보다는 비겁한 길을 선택하고 있다. 이익이 된다는 이유로 옳지 않은 길도 옳다고 스스로 세뇌하면서 사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아직 거기까진 아니지만 그런 사람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비겁한 삶을 살고 있다.

Don't destroy it. Protect it. Embrace it.
It's gonna make you proud one day, I promise you.

위원회를 향해 프랭크는 이렇게 외친다. 문득 우리 사회가 떠올랐다. 우리 사회는 어떤 사회인가. 옳은 길을 가는 사람을 보호하고 포용하는 사회인가? 천만에. 자신들의 이익에 반한다고 생각되면 옳고 그른 것 따위 염두에도 두지 않는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해서든 꺽고 심지어는 죽인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노무현 전대통령일 것이다.

이제는 이익이 옳고 그름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되었다. 노무현 전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인간들의 뒤에 대한민국의 교회가 버티고 있는데, 진정 예수의 품에 안길 수 있을 만한 거의 유일한 대한민국의 지도자가 노무현 대통령이라는 것도 어처구니 없는 아이러니이다.

시대를 슬퍼하고 아파하는 것이 지식인의 숙명이라지만, 지금의 시대는 견디기가 힘들다. 나처럼 비겁한 인간이 이 정도인데 용감한 사람이야... 우리 모두를 자랑스럽게 한 사람이 노무현 전대통령인데, 그의 최후가 그와 같았다는 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아니면 역사를 보다 길게 보아야 하는 것인지.
암흑 속에서 보내는 하루하루다. 

I'm in the d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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덱스터  (0) 2010.05.16
Posted by 네오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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