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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나무에 밥을 먹으러 갔다가 우연히 주워든 책이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이었다.
혼자 밥을 먹으러 가는 경우가 많아 보통은 무료함을 달랠 책을 한 권씩 들고 갔었는데 이날은 건망증 덕에 좋은 책을 보게 되었다.
비록 번역본이기는 하지만 문장의 유려함을 한눈에 느낄 수 있었다. 논문을 쓰면서 유난히 기승전결과 같은 문장의 구조와 연결에 집착하는 스타일이라 더욱 와 닿았는지도 모르겠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것을 잘 풀어내어 간결하게 정리한 글에 우선 감탄했다.
책의 앞부분은 63년생이 저자가 우리나라에서 자라면서 보았던 것들에 대한 회고 비슷한 내용들이다. 물론 저자가 자신의 논리를 풀어나가기 위해 꼭 써야 했던 부분들이지만 그 글을 읽으면서 나도 마치 과거로 돌아가 내가 자라났던 집안과 뛰놀았던 골목들을 바라 보는 듯 했다.
수사가 많고 현란한 수식어로 가득찬 문장을 싫어하는 나이지만 장하준 교수의 글은 세밀한 묘사를 하면서도 간결해서 읽는 글이 머리 속의 이미지로 너무 쉽게 형상화되었다. 나도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면... 박사과정 동안 겪었던 일들로 인해 손에서 놓아버린 글쓰기에 대한 향수를 다시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한 글이었다.
오랜만에 좋은 글을 담은 책을 보아서 너무 기쁘다. 더욱 기쁜 점은 문장 뿐 아니라 그 내용과 사상까지도 나의 마음에 꼭 든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내가 좋아하는 경제학 책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은 보다 행복할 수 있겠지.
Posted by 네오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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