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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이미 썼겠지만, 서현이를 보고 있으면 꿀이 뚝뚝 떨어지는 느낌이다.

사랑스럽고, 달콤하고, 또 사랑스러워서 아기 때부터 어떻게 서현이를 내 얼굴에 묶어붙이고 하루종일 다닐 수 없을까 고민했었다.

아침에 피곤한 몸을 일으켜 주영이랑 아이들 식사준비를 해 놓고 서진이와 서현이를 깨운다.

이제 부쩍 커버린 서진이는 가끔은 떼를 쓰지만 비교적 고분고분 일어난다.

2층침대에서 잔 날은 아주 가끔 안아서 식탁에 데려오기도 한다.

다음은 서현이.

들어가면 침대에 누워 있는 서현이를 껴안고 1분 정도 같이 누워 있는다.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고 뭔가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 같다.

버둥거리는 서현이를 붙잡고 뽀뽀도 하고 볼도 부빈다.

그렇게 하루종일도 누워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정신을 차리고 서현이를 안고 나온다.

서현이는 여전히 일어나기 싫어서 버둥거린다. 때로는 발로 이불을 붙들고, 어떻게든 내 팔에서 빠져나가려고 해본다.

거실에 오면 아직은 쌀쌀한 날씨 때문에 소파로 가서 보슬보슬 자켓을 입힌다.

서현이는 필사적으로 탈출해서 소파에 눕는다.

일어나라고 닥달하면 엄마를 찾는다.

아직도 잘 안 먹는 서현이는, 아침식사 내내 늑장을 부린다.

겨우겨우 밥을 먹이고, 씻기고 옷을 입혀서 준비시킨다.

외모에 민감한 서현이는 이제 헤어스타일과 특히 머리띠에 신경을 쓴다.

한번은 깜빡 잊고 머리띠를 안하고 나갔다가, 유치원 버스를 한참 기다리게 하고 머리띠를 다시 가져온 적도 있다.

밖에 나가면 상쾌한 아침이다. 유치원 버스를 타기 전까지는 여전히 즐거운 놀이시간이다. 서진이와 셋이서 술래잡기를 하고, 빙글빙글 돌기를 하고, 꽃을 보러 다니고, 달팽이와 개미를 구경하고, 아는 애들에게 인사를 한다.

유치원 버스가 오면 뒤돌아 인사를 하고 버스에 탄다.

버스 안의 아이들이 "서현아, 여기 앉아, 오늘은 내 옆에 앉아"라며 소리를 지른다.

서현이는 여유 있게 자기가 원하는 자리를 골라 앉는다.

버스가 출발할 때까지 서진이와 함께 손을 흔든다.

언제부터인지 서진이한테도 서현이 버스 태우는 일은 중요한 일상이 되어버렸다.

가끔 신발주머니나 로봇공학준비물을 놓고 와서 다시 가지러 가야 하면, 서현이 버스 타는 모습을 못 볼까봐 애를 태운다.

한번은 정말로 준비물을 가지러 갔다가 서현이 가는 모습을 못 보고 나서는, 학교까지 가는 내내 내게 짜증을 냈다. 물론 나도 지지 않고 짜증을 부려줬지만...

저녁이 되어 집에 오면 서진이가 먼저 뛰어와 안긴다.

서현이도 뒤따라 와서 뭐라고 꼭 한마디를 한다.

잘 때가 되면 서현이에게 한번씩 물어본다.

"언제 아빠랑 잘거야, 오늘은 아빠랑 잘거야?"

"넷이 다 같이 자" 혹은 "엄마 늦게 오면" 이란 대답을 듣고 거실로 나온다.


아침에 서현이를 안으면 입냄새가 난다.

나를 닮아 아마 속이 안 좋은가 보다. 서진이는 그렇지 않았는데....

입냄새는 싫지만 미안하고 애틋한 마음이 솟구쳐 뽀뽀를 하고 볼을 부빈다.

그리고 한참을 다시 껴안고 있곤 한다.

그 작은 팔과 손가락과 이목구비를 쳐다본다. 팔을 움직여 보고, 갑자기 궁금해져서 발가락도 본다.

사랑스럽고 사랑스럽다.

아, 나는 이 두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가...



Posted by 네오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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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이야기

옛날에는 과일이 없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식물은 야채와 꽃이었어요.

야채와 꽃은 속삭였어요. “꽃아, 우리 말고 다른 먹을 것이 있다면 어떨까?” 그러자 꽃이 말했어요. “그럼 우리는 인기가 없어지겠지.”

야채와 꽃은 서로 티격태격했어요. 그런데 그때 숲속에서 작은 공 같은 것이 굴러왔어요. 야채와 꽃은 어리둥절했어요. “안녕 난 체리라고 해.” 야채와 꽃은 신기하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야채가 겨우겨우 말을 꺼냈어요. “너는 처음 보는데 어디서 왔니?” 꽃도 한마디 했어요. “지금까지 너같은 애는 없었어.” 결국 체리는 모든 걸 털어놓았어요. 체리는 과일 친구들과 깊은 숲속 과일 동굴에 살고 있었어요. 그러다 밖으로 나오다가 야채와 꽃을 만났다는 거였어요.

야채와 꽃이 왜 자기만 나왔냐고 물었어요.

“난 동굴에서 나가지 말라는 규칙을 어기고 나온거야. 지금쯤 내 가족은 나를 찾고 있겠지만, 나는 사람들을 구경할 때까지 다시 동굴에 들어가지 않을거야.” 그때 사람이 숲속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어요. “어떡해! 빨리 숨어!” 야채와 꽃은 자기들을 잡아먹으러 숲속으로 가고 있는 사람들의 속셈을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체리는 도망치지 못했어요. 그래서 그곳에서 체리는 잡혀갔어요. 그리고 사람들은 그 숲속에 과일이 더 있다는 걸 알아차렸어요. 그 후, 과일을 먹게 된 사람들이 늘었어요. 동굴에 있는 과일들은 안전했지만요.

Posted by 네오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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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때부터 내년부터는 혼자서 자겠다고 한 서진이가 드디어 혼자서 자게 되었다.

2층 침대를 산 보람이 있어서 이제는 잘 때, 서진이가 2층으로 올라가고 나는 1층에서 잔다.

물론 아직은 서진이 혼자 자진 않고 내가 1층에서 서진이 잠들 때까지 있어야 한다.

그냥 자기가 아쉬운지 항상 서진이는 수수께끼 내기나 속담 하나씩 말하기, 혹은 끝말잇기를 하자고 조른다.

혹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씩 하기로 하는데, 이제 정말 내가 나이가 많구나 하고 느끼는 것이, 도무지 나는 생각나는 것이 없다.

떠오르는 속담도 맨날 같은 것만 반복하고, 수수께끼는 정말 쥐약이다.

아, 내가 이렇게 지루한 사람이 되어버렸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반면에 서진이는 자기가 만든 별의별 수수께끼를 많이 낸다.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나 싶기도 할만큼 기상천외한 걸 말하기도 한다.

역시나 늙어버린 나는 지금 이순간도 서진이의 수수께끼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개, 무지개

번쩍하면 큰 소리를 내면서 하늘을 뛰어가는 개, 번개

이 세상에서 제일 뾰족한 것은 송곳니

...

밤마다 서진이를 재우느라 힘들었는데, 이제는 다른 이유로 힘들어졌다.

수수께끼 책이라도 하나 사서 읽어야할까보다.


얼마전 서진이를 재우면서, "아빠가 서진이 잠들 때까지 옆에서 재워줄까?" 했더니,

좁아서 싫단다.

충격을 받고 그 뒤로는 안 물어보고 있다.


아이가 자라고 있다. 시간이 빨리 가서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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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네오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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