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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연대 가서 강의하고 세미나 마친 후에 이병량 교수님과 저녁 겸 술 한잔 하고 돌아왔다.
이병량 교수님과의 시간은 물론 즐거웠으나, 세미나에서의 일도 있고 기분이 왠지 가라앉았다.
뭐 크게 안되는 일도 없지만 되는 일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수 생활한지 벌써 4년째인데, 이렇다 할 구체적인 연구분야도 없고 오히려 머리는 굳어가는 것 같다.
물론 모든 것은 내책임이기는 하지만...
1월에 보낸 논문은 저널성격과 맞지 않다는 우회적인 reject를 맞았고, 내년까지의 재임용이 은근히 어깨를 짓누른다.
그런 가운데 오늘은 서진이와 하루를 보냈다.

서진이도 오늘 그닥 컨디션이 좋아보이진 않았다.
별다른 문제가 없는데도 징징거릴 때가 많았고 저녁 시간을 제외하고는 잘 놀지도 않았다.
아침엔 식사량이 적었는지 계속 먹을 걸 달라고 떼를 썼다.
그러다 결국은 사과가 담겨 있던 접시를 깨뜨렸다.
안다치도록 거실에 서진이를 데려다 놓고 깨진 접시 조각을 치운 후에 바닥을 대충 닦고 나서 다시 진공청소기로 청소를 했다.
그러는 동안 서진이를 호되게 야단치고, 청소중인 곳으로 오지 못하도록 했다.
나에게 다가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벌로 생각했는지 서진이는 몇 번 와서 안기려다가 다시 울면서 가곤 했다. 계속 못오게 하자 결국은 곰을 뜰어안고 울었다.
어떻게든 와서 안기려는 서진이를 보면 안스러운 마음이 생긴다.
청소를 모두 마친 후에는 다시 안아주었다.
점심을 먹은 후에 피곤했는지, 업자 마자 잠이 들었다.
침대에 눕혔는데, 요새는 침대에 눕히는 순간 다시 잠이 깨곤 했었는데 이번엔 다행히도 잠이 깨진 않았다.
이불을 덮어주고 나도 같이 잤다. 잠시 후 목욕탕에서 주영이가 돌아와 함께 잤다.
저녁엔 서진이가 좋아하는 의자에 앉히고 발로 공놀이를 했다.
오랜만에 깔깔거리고 웃는 서진이를 봤다.
다시 안스러운 마음이 생겼다.
지금 가족 중에서는 나말고는 이렇게 깔깔거리며 웃도록 놀아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내가 좀 더 시간이 많고 건강하다면 더 많이 놀아줄 수 있을텐데...
거실로 가서 다시 말타기를 시켜줬는데, 처음처럼 재미있지는 않은 모양이다.
아침의 일 때문이었는지 잠들기 전까지 서진이는 내 곁에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서진이와 재미있게 놀 수 있을 것인지 좀 생각해 봐야겠다.
점점 자라나는 아이를 항상 같은 방법으로 놀아줄 수는 없을 것 같다.
Posted by 네오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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