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52024  이전 다음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서진이는 아직은 된소리를 발음할 수 없나 보다.
방귀를 뀌고 나면 원래 '뿡'이라고 해야 하는데, 서진이는 '붕'이라고 한다.
오늘도 차를 타고 가다 서진이가 방귀를 뀌길래, "서진아, 방귀 뀌었어?"라고 물으니, 그냥 '붕'이라고 대답한다.
더 재미있는 건, 얼마전 내가 큰소리로 방귀를 뀌었을 때도 옆에서 나한테 '붕'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아직은 방귀소리나 냄새가 싫지 않은 모양이다.
그러니 방귀 뀐게 부끄럽다고 생각하지도 않겠지.
아유, 귀여워. 그렇게 하나씩 세상을 배워 가는 것인가 보다.
Posted by 네오소나
|

다음 단계는 '업어서 재우기'였다.
다행히 주영이가 아기띠를 미리 알아봐서 업는게 힘들지는 않았다.
아기띠 - 참 대단한 발명품이다. 아기를 업었을 때 아기의 체중이 내 허리에 걸리도록 만들기 때문에 오랫동안 업고 있어서 그닥 힘들지 않다.
이 때도 자장가는 계속되었다.
할아버지가 오셨을 때는 할아버지의 호남가를 즐겨 들었다.
자장가 뿐만 아니라 낮에도 좋아 했는데, 호남가를 들을 때는 가락에 맞추어 춤을 추거나 같이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드디어 18개월이 된 서진이는 자기가 졸리면 내 손을 잡고 안방으로 간다.
안방에 가서 서진이가 침대를 두드리면 내가 먼저 누워야 한다.
침대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서진이는 이제 혼자서도 침대에 잘 올라간다.
높이가 거의 자기 키 수준인데도 손으로 이불을 움켜쥐고 잘 올라간다.
처음 서진이가 침대에서 자기 혼자 내려오던 때는 잘못해서 뒤로 넘어질 때도 있었다.
언제 이렇게 자랐는지 모르겠다.
아뭏든 서진이가 침대를 두드리고 내가 누우면 서진이가 올라온다.
대부분은 내가 들어서 침대로 올려준다.
졸려서 왔으면 그냥 자면 좋은데, 아직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먼저 일어서서 침대 머리로 간 후 창문을 열고 닫기를 수회 반복한다.
창문을 열어서 바깥 경치를 구경하는 것은 오래된 서진이의 습관이다.
이게 질릴 때쯤 되면 침대 위에서 뒹군다.
이 때는 침대 바깥 쪽으로 떨어질까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한다.
나는 내내 자는척 하고 있어야 한다.
서진이에게 신경을 쓰거나 같이 놀아주면 잠들기까지의 시간이 계속 늘어나기 때문이다.
처음엔 누운 김에 자려고 안경을 벗었다.
그런데 안경을 벗은 내 모습이 서진이에게 영 어색한 모양이다.
내 위를 기어 넘어서 침대 밑으로 내려가 안경을 집어서 나에게 씌워준다.
그리고 다시 올라온다.
뒹굴기를 또 수차례 반복하면 이제 내 위에 올라탄다.
엉덩이로 내 배를 가격할 시간이다. 이 때는 사실 배가 아파서 자는척 하기는 힘들다.
더 이상 할 일이 없어지면 이제 내 배에 머리를 기대거나 아니면 내 팔을 베고 잠을 청하기 시작한다.
서진이는 팔베게를 좋아한다. 가장 좋아하는 자세는 등을 내쪽으로 하고 팔을 베는 자세다.
이렇게 누워서 내 손을 다시 자기 배 쪽으로 잡아당긴다.
일단 함께 잠들고 나면 내가 방 밖으로 나가는 걸 무척 싫어한다.
서진이가 자다가 깨어 났을 때는 화장실을 가거나 물을 먹으러 가는 것은 불가능이다.
일단 나가버리면 울며 불며 쫓아온다.
다시 안아주었을때 울음을 그치면 쉽게 끝날 일이지만 문제는 이렇게 한번 울기 시작하면 달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다시 안길려고 하지도 않을 뿐더러, 계속 이리저리 다니며 울기 시작하고, 간신히 울음을 그쳐도 다시 잠드는 것도 쉽지 않다.
때문에 목마른 것도 화장실에 가고 싶은 것도 그냥 참아버린다.
태어나서 자다가 화장실도 안 가고 참고 자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

귀찮을 법도 한 서진이 재우기이지만 항상 즐겁다.
다만 체력이 따라주질 안아 이렇게 며칠을 재우고 나면 몸 상태가 나빠지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대개 입안이 허는 것으로 그 증상이 나타나는데, 일단 헐고 나면 잘 낫질 않는다.
체력만 좋아진다면 계속 데리고 잘 수 있을 텐데...
힘들지만 서진이와 함께 하는 이 모든 것들은 언제나 즐겁기만 하다.
Posted by 네오소나
|

다른 아빠들에 비해, 나는 서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그 중에 서진이를 재우는 일도 내가 많이 했었는데, 생각해 보면 비록 18개월이긴 하지만 그동안 이런저런 변화가 있었다.
서진이를 낳고 병원에서의 이틀밤, 그리고 이후 산후조리원에서의 2주는 다른 사람들이 재워주었기 때문에 아기를 재운다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몰랐다.
산후조리원에서 돌아온 후부터 아기재우기는 시작되었다.
겨우 18개월이 지났을 뿐이건만 그 때에 대한 기억은 멀기만 하다.
남들은 애가 벌써 18개월이 되었냐고 하지만 (남의 애는 빨리 큰다.) 우리에겐 한 18년은 지난 것만 같다. 그래서인지 처음에 어떻게 재웠는지는 확실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 생각엔 (와이프는 처음부터 안아서 재웠다고 한다.) 그 당시의 서진이는 하루 종일 먹고자고를 반복했던 것 같다. 그래서 사실 이렇다할 기억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주로 밤 11시 경에 서진이가 밤잠을 자기 바로 전에 우유 (보다 정확히는 유축해서 병에 담은 엄마의 모유)를 먹였는데, 이 때 이미 서진이는 잠이 들어 있었고 잠결에 항상 우유를 먹었다. 먹고 나면 별 탈 없이 계속 잠을 잤다.
그 때는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부모님 없이 둘이 있을 때에도 서진이를 방에 따로 재웠다. 다행히 그 당시에는 항상 속싸개로 싸서 옆으로 눕혀 재웠고, 아기가 특별히 발버둥을 치거나 하지 않으면 처음 자세대로 잠을 잤기 때문에 아무런 사고가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아찔하다.
밤에 서진이가 깨서 울면 우유를 먹일 시간이라는 뜻이었기 때문에 고민 없이 우유를 들고 가서 먹이고 다시 재웠다. 서진이는 지금도 배가 부르면 잘 잔다. 새벽에 우는 서진이를 달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직도 우유를 먹이는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자꾸 먹이기만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아뭏든 이 때가 제 1기라고 하면 제 2기는 서진이를 안아서 재우면서 시작되었다.
계속 눕혀서 재울 수도 있었는데, 어느 때인가 부모님이 서진이를 안아서 재우기 시작하셨다. 이 때부터 서진이는 안아주지 않으면 잠을 안 자기 시작했다. 나중에 후회한 점 중에 하나이다. 계속 눕혀서 재웠더라면...
아기는 점점 까다로와지기 시작했는데, 조금 지나자 안고서 온갖 종류의 자장가는 다 부르게 되었다. 모짜르트의 자장가를 내가 가장 먼저 불렀었고, 그 다음은 부모님께서 전래 자장가를 부르셨다. 자장 자장 우리 아기, 자장 자장 잘도 잔다. 검둥개야 짓지 마라, 꼬꼬닭아 울지 마라...
그러다 서진이에게 틀어 주기 시작한 동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가장 인상에 남는 동요는,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았더래요. 샤바샤바 아이 샤바 얼마나 힘들었을까. 샤바샤바 아이 샤바, 1980년생' 뭐 이런 식의 노래다.
이걸 가사를 살짝 바꾸어서 '우리 서진이, 예쁘게 잠도 잘 자네요...' 어쩌고 하면서 불렀다.
그런데 장모님께서 원래 가사가 너무 맘에 안든다고 싫어 하셔서 결국은 전래 자장가로 돌아가게 된다. 서진이가 잠을 잘 안자면 몇 번이고 계속해서 불렀다. 보통 한 10분에서 30분 정도 걸리지 않았나 싶다.
Posted by 네오소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