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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단계는 '업어서 재우기'였다.
다행히 주영이가 아기띠를 미리 알아봐서 업는게 힘들지는 않았다.
아기띠 - 참 대단한 발명품이다. 아기를 업었을 때 아기의 체중이 내 허리에 걸리도록 만들기 때문에 오랫동안 업고 있어서 그닥 힘들지 않다.
이 때도 자장가는 계속되었다.
할아버지가 오셨을 때는 할아버지의 호남가를 즐겨 들었다.
자장가 뿐만 아니라 낮에도 좋아 했는데, 호남가를 들을 때는 가락에 맞추어 춤을 추거나 같이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드디어 18개월이 된 서진이는 자기가 졸리면 내 손을 잡고 안방으로 간다.
안방에 가서 서진이가 침대를 두드리면 내가 먼저 누워야 한다.
침대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서진이는 이제 혼자서도 침대에 잘 올라간다.
높이가 거의 자기 키 수준인데도 손으로 이불을 움켜쥐고 잘 올라간다.
처음 서진이가 침대에서 자기 혼자 내려오던 때는 잘못해서 뒤로 넘어질 때도 있었다.
언제 이렇게 자랐는지 모르겠다.
아뭏든 서진이가 침대를 두드리고 내가 누우면 서진이가 올라온다.
대부분은 내가 들어서 침대로 올려준다.
졸려서 왔으면 그냥 자면 좋은데, 아직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먼저 일어서서 침대 머리로 간 후 창문을 열고 닫기를 수회 반복한다.
창문을 열어서 바깥 경치를 구경하는 것은 오래된 서진이의 습관이다.
이게 질릴 때쯤 되면 침대 위에서 뒹군다.
이 때는 침대 바깥 쪽으로 떨어질까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한다.
나는 내내 자는척 하고 있어야 한다.
서진이에게 신경을 쓰거나 같이 놀아주면 잠들기까지의 시간이 계속 늘어나기 때문이다.
처음엔 누운 김에 자려고 안경을 벗었다.
그런데 안경을 벗은 내 모습이 서진이에게 영 어색한 모양이다.
내 위를 기어 넘어서 침대 밑으로 내려가 안경을 집어서 나에게 씌워준다.
그리고 다시 올라온다.
뒹굴기를 또 수차례 반복하면 이제 내 위에 올라탄다.
엉덩이로 내 배를 가격할 시간이다. 이 때는 사실 배가 아파서 자는척 하기는 힘들다.
더 이상 할 일이 없어지면 이제 내 배에 머리를 기대거나 아니면 내 팔을 베고 잠을 청하기 시작한다.
서진이는 팔베게를 좋아한다. 가장 좋아하는 자세는 등을 내쪽으로 하고 팔을 베는 자세다.
이렇게 누워서 내 손을 다시 자기 배 쪽으로 잡아당긴다.
일단 함께 잠들고 나면 내가 방 밖으로 나가는 걸 무척 싫어한다.
서진이가 자다가 깨어 났을 때는 화장실을 가거나 물을 먹으러 가는 것은 불가능이다.
일단 나가버리면 울며 불며 쫓아온다.
다시 안아주었을때 울음을 그치면 쉽게 끝날 일이지만 문제는 이렇게 한번 울기 시작하면 달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다시 안길려고 하지도 않을 뿐더러, 계속 이리저리 다니며 울기 시작하고, 간신히 울음을 그쳐도 다시 잠드는 것도 쉽지 않다.
때문에 목마른 것도 화장실에 가고 싶은 것도 그냥 참아버린다.
태어나서 자다가 화장실도 안 가고 참고 자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

귀찮을 법도 한 서진이 재우기이지만 항상 즐겁다.
다만 체력이 따라주질 안아 이렇게 며칠을 재우고 나면 몸 상태가 나빠지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대개 입안이 허는 것으로 그 증상이 나타나는데, 일단 헐고 나면 잘 낫질 않는다.
체력만 좋아진다면 계속 데리고 잘 수 있을 텐데...
힘들지만 서진이와 함께 하는 이 모든 것들은 언제나 즐겁기만 하다.
Posted by 네오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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