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버지 생신이시라, 아침에 아이들과 전화를 드렸다.
서현이를 유치원 버스에 태워서 보내고 학교에 왔는데, 주영이한테서 카톡이 왔다.
거기엔 서진이가 아침 그 짧은 시간에 그려서 할아버지께 보낸 그림이 있었다.
이 그림을 보고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모든 것이 우연의 일치인 것일까? 아니면 서진이의 생각에서 나온 것일까?
그림을 보는 순간 마음이 편안해지고 기분이 좋아졌다.
화면을 가득 채운 한 그루의 나무.
초봄에나 볼 듯한 파릇한 색상의 대지 위에 두터운 아름드리 나무가 굳건하게 서있다.
나뭇잎은 풍성해서 화면에 다 보이지도 않는다.
뒤의 하늘은 파란색이 다양한 농도로 어우러져 있다.
할아버지가 나무처럼 든든하게 버티고 계신다는 뜻일까, 아니면 앞으로 저 나무처럼 건강하고 풍성하게 사시라는 뜻일까?
아직 어리고 작은 저 아이의 머리속에는 얼마나 많은 지혜와 아름다운 감성이 담겨 있는 것일까?
항상 생각하지만, 아이들이 자라나는 모습은 정말 아름답고 경이롭다.
서진이가 곁에 있어도 서진이가 보고 싶다.
한살 때 모습, 세살 때 모습, 다섯살 때 모습, ....
어렸을 때 돌에 쪼그려 앉아 올려다 보던 모습, 첫 선물을 받고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던 모습, 마지막으로 토트네스에 가던 날의 야무진 모습, 캐나다에서 처음으로 학교에 가던 날의 의연하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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