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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이가 마인크래프트를 시작한 지도 꽤 되었다.

제발 마인크래프트를 설치해달라고 서진이가 편지와 5만원을 가져와서 나에게 줬을 때, 더 이상 미룰 수는 없겠구나 싶었다.

우선은 아이패드에 만원짜리 포켓 에디션을 깔아서 줬다가, 최근에는 PC 버전을 3만원이나 주고 설치했다.

지난 몇 년간 서진이의 관심사는 다양하게 변해왔는데, 가장 최근의 터닝메카드에서 이제는 완전히 마인크래프트가 가장 위로 떠올랐다.

생각해보면 서진이는 블록이나 레고로 뭔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했는데, 마인크래프트는 훨씬 큰 스케일로 새로운 세상에서 뭔가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결국은 서진이가 좋아할 수 밖에 없지 않았나 싶다.

문제는 마인크래프트 세상에서 뭔가를 만드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점이다.

이번 주 월요일에야 나도 들어가서 직접 집을 만들어봤는데, 마우스의 사용에 매우 익숙한 나임에도 시간이 꽤나 걸렸다.

서진이는 아마도 간단한 것 하나 만드는 데에도 1시간이 걸릴 것이다.

여기서 또 문제는 서진이에게 30분 이상은 시간을 잘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너무 컴퓨터 사용시간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지난 주에는 30분 정도의 게임을 마치고 그만 하게 했더니, 서진이가 예의 그 짜증을 부리기 시작했다.

별로 많이 만들지도 못했고, 만드는 과정이 어렵기도 하고 아마 그랬겠지만, 무엇보다 아빠가 같이 들어와서 해주기를 바랬던 것 같다.

그러나 짜증의 도가 너무 지나쳐서 결국은 나로 하여금 아이패드와 PC의 마인크래프트를 지우게 만들었다. 그 이후로도 서진이는 짜증을 멈추지 못했다.

무엇이 문제일까?서진이의 성격일까, 아니면 게임의 중독성일까, 그도 아니면 하나의 과정일까?

월요일에 PC 버전을 다시 설치하고 서진이에게 게임을 하도록 했을 때, 서진이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먼저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시간을 꼭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시간을 마친 후에 결코 짜증을 내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


가끔은 서진이가 밉고, 이대로 두어도 되는 걸까 싶다.

그러나, 서진이는 아직 자라는 과정이다. 하나씩 배워가고 있다.

우리가 사랑으로 잘 가르친다면 서진이는 잘 받아들이고 잘 자라날 것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서진이는 이미 나보다 나은 사람이다.

따뜻하고 넓은 마음을 가지고 있고, 작은 일에 집착하지 않는다.

나쁜 일은 빨리 잊고, 항상 재미있고 좋은 일을 생각한다.


나랑 아무리 다퉈도, 내가 집에 가면 가장 먼저 웃는 얼굴로 뛰어와 안긴다.

목욕을 하다 벌거벗은 채로도 주저없이 뛰어온다.

그리고 점점 더 예뻐지고 있다.

언젠가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아가씨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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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네오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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