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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나무에 밥을 먹으러 갔다가 우연히 주워든 책이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이었다.
혼자 밥을 먹으러 가는 경우가 많아 보통은 무료함을 달랠 책을 한 권씩 들고 갔었는데 이날은 건망증 덕에 좋은 책을 보게 되었다.
비록 번역본이기는 하지만 문장의 유려함을 한눈에 느낄 수 있었다. 논문을 쓰면서 유난히 기승전결과 같은 문장의 구조와 연결에 집착하는 스타일이라 더욱 와 닿았는지도 모르겠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것을 잘 풀어내어 간결하게 정리한 글에 우선 감탄했다.
책의 앞부분은 63년생이 저자가 우리나라에서 자라면서 보았던 것들에 대한 회고 비슷한 내용들이다. 물론 저자가 자신의 논리를 풀어나가기 위해 꼭 써야 했던 부분들이지만 그 글을 읽으면서 나도 마치 과거로 돌아가 내가 자라났던 집안과 뛰놀았던 골목들을 바라 보는 듯 했다.
수사가 많고 현란한 수식어로 가득찬 문장을 싫어하는 나이지만 장하준 교수의 글은 세밀한 묘사를 하면서도 간결해서 읽는 글이 머리 속의 이미지로 너무 쉽게 형상화되었다. 나도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면... 박사과정 동안 겪었던 일들로 인해 손에서 놓아버린 글쓰기에 대한 향수를 다시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한 글이었다.
오랜만에 좋은 글을 담은 책을 보아서 너무 기쁘다. 더욱 기쁜 점은 문장 뿐 아니라 그 내용과 사상까지도 나의 마음에 꼭 든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내가 좋아하는 경제학 책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은 보다 행복할 수 있겠지.
Posted by 네오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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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컴퓨터 게임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Doom2라는 게임은 나에겐 정말 새로운 세계였다. 워낙 오래된 게임이라 지금은 기억하는 사람이 드물겠지만, Doom2 3차원으로 구현된 가상의 세계에서 온갖 괴물들과 싸우는 1인칭 슈팅 게임으로 당시로서는 매우 혁신적인 게임이었다. 그 때 나는 공군학사장교로 공군본부에서 복무 중이었는데, 사무실에서의 게임은 금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친구와 함께 매일 점심시간이면 징그러운 괴물들을 쏴 죽이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 때 그 친구가 남겼던 명언이 점심시간은 짧고 죽일 놈들은 많다였다 (당시 베스트 셀러 중에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가 있었다). 그 후로 이러한 가상세계(Virtual World)를 기반으로 한 게임들이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여 지금은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의 사람들이 만나는 새로운 장이 되었다. 영화 아바타를 보면 전쟁에서의 사고로 다리를 못 쓰게 된 주인공이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가상세계의 장점은 이와 같이 현실에서의 자신을 벗어나 새로운 인물을 창조하고 이 인물을 통해 새로운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가상세계는 게임으로만 존재하는 것일까?

Second Life(http://secondlife.com)Linden Lab에서 개발한 3차원 가상세계로, 게임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사용자들이 직접 가상세계의 건설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아바타를 통해 다른 사용자들과 상호작용을 하며 경제, 사회, 친교 활동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런 특징을 이용해 이 안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주체들도 많다. IBM, 도요타, 벤츠, 소니, 삼성 등이 세컨드 라이프 내에서 마케팅, 판매, 고객서비스, 사내 교육 및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으며, 사이버 의상으로 매주 천만원대의 수익을 올리거나, , , , 도로와 같은 사이버 인프라와 컨텐츠를 개발하고 임대 혹은 판매하여 백만장자가 된 개인도 있다. 이 외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정부단체, 교육기관, 미디어, 마케팅 회사, 제조회사 등이 Second Life 내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KAIST를 비롯해 고려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등이 실제 캠퍼스와 동일한 모습으로 Second Life 내에 가상 캠퍼스를 만들고 있는 중이다. 다만 안타까운 점은 세계에서 네번째로 한국 땅이 Second Life 내에 승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에서의 공식적인 서비스는 잠정적으로 중단되어 있다는 점이다.

가상세계의 또 다른 부류는 미러월드(Mirror World)이다. 많은 사람들이 다음 로드뷰를 이미 사용해 보았을 것이다. 3차원 실사를 통해 자신이 가보지 않은 길을 마치 가본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상세하게 보여 준다. 이처럼 현실세계를 그대로 옮겨서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하는 미러월드에는 Google Earth, Microsoft Bing Map 등이 있는데, 이들의 좋은 점은 다른 서비스들과의 융합 서비스(Mesh-Up)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마라톤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간단히 특정 시계를 차고 뛰는 것만으로 자신이 뛴 코스의 고도와 자신의 맥박 등 다양한 정보를 인터넷에서 지도와 함께 보는 것이 가능하다. Google Map을 이용한 최초의 메쉬업 서비스는 어떤 해커가 구글 지도를 해킹하여 자신의 부동산 서비스와 결합하면서 탄생했다. 우리나라 같으면 고소에 사회 매장 감이지만 구글은 API를 개방하고 이 해커를 직원으로 채용했다. 이를 계기로 메쉬업 서비스가 급격히 발전하게 된다. 여기에 대해 할 말이 많지만 참기로 한다.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가상세계와 미러월드 외에도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등 예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세계들이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다. 그리고 이 새로운 세계에는 지금까지 살펴본 것 이상으로 무궁무진한 사업 기회가 있으며, 이러한 사업 기회는 3차원 가상세계에 매혹된 어떤 한 사람의 작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동일한 3차원 가상세계의 유혹인데 어떤 사람은 폐인이 되어 게임방에서 숨지고, 어떤 사람은 이것을 활용하여 백만장자가 된다는 점은 아이러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들은 어느 쪽 길로 가고 있는가?

Posted by 네오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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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이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 있다.
"세상에 이렇게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존재가 또 있을까"라는 것이다.
얼굴, 표정, 눈, 코, 입, 머리카락, 손과 발, 손가락, 발가락, 그 어딜 보아도 세상 어떤 것도 이보다 더 사랑스러울 수는 없다.
서진이가 없는 삶이란 상상할 수도 없을 것 같다.
사실 이런 느낌을 처음부터 가졌던 것은 아니다.
처음 서진이가 태어났을 때는 이와는 다른 느낌이었던 것 같다.
물론 그 때도 감격스러웠지만 지금과 같이 사랑스러운 느낌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 느낌은 지금까지 서진이를 돌보면서 더욱 강해진 그런 느낌이라고 생각된다.
목욕시키고, 기저귀를 갈고, 밥을 먹이고, 같이 놀아주고...
모유를 먹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서진이의 변냄새를 맡아왔는데,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밥을 먹일 때는 답답할 때도 많았다.
하지만 서진이가 울 때 조차도 서진이가 미웠던 적은 없었다. 오히려 우는 모습이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달래는 것을 잠시 미룬 채로 우는 모습을 보고 있기도 했다.

요즘은 많은 아빠들이 바쁘다는 핑계로 애를 잘 돌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나는 내가 서진이를 바라볼 때 혹은 서진이와 함께 있을 때 느끼는 감정을 세상의 그 어떤 것과도 바꾸고 싶지 않다. 그리고 이런 감정은 서진이를 돌보면서 함께 성장해온 감정이다.
이런 소중한 느낌을 알게 해 준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보다 많은 아빠들이 이것을 알게 되길 바란다.

피곤해서인지 글이 아주 원초적으로 써지고 있다. 잠시 쉬고 다시 쓰기로 하자.
Posted by 네오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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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이와 함께 놀면 서진이의 한가지 특성을 볼 수 있다.
그것은 서진이가 주변 사람들에게도 자신이 재미있어 하는 것을 같이 하도록 시킨다는 점이다.
예전부터 서진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발구르기이다.
기분이 좋아지면 제자리에서 발을 구르고, 주변의 다른 사람들에게도 같이 발을 구르도록 시킨다. 그것도 한사람씩 지명해 가면서. "아빠, 아빠" 하고 부른 후에 손짓으로 따라 하도록 시킨다.
발구르기는 밖에 나갈 때 엘리베이터 안에서 반드시 하는 동작이기도 하다.
요새는 발구르기를 하고 나서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기를 하고 그 후에 어지럽다며 바닥에 쓰러지는 것까지 3연속 콤보를 시킨다.
서진이 방에서는 엉덩이를 푹신한 침대가에 대고 앉아서 방방 뛰기를 시킨다.
최근에는 토끼 흉내를 내면서 깡총깡총 뛰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는데, 이것도 마찬가지로 주변사람들에게 따라 하도록 시킨다. 마치 유격훈련을 하는 느낌이다.
그 외에도 종이로 된 북을 머리에 쓰고 인사하면서 북 떨어뜨리기, 소파에 안기 등을 시키는데, 무엇보다도 하일라이트는 "응가하기"이다.
서진이는 주로 나랑 숨바꼭질을 하면서 응가를 많이 했는데, 숨바꼭질 중에 응가를 하게 되면 쪼그리고 앉아서 힘을 준다.
이 때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따라서 쪼그려 앉은 후에 힘을 줘야 한다.
처음엔 내가 서진이 힘줄 때 서진이가 잘 할 수 있도록 같이 앉아서 힘주는 흉내를 내면서 시작되었는데, 지금은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쪼그리고 앉아야 한다.
주영이는 서진이가 자라서 리더십이 뛰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글쎄...
그건 커봐야 알 수 있겠지...
지금은 단지 서진이의 그런 모습을 보는 것 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하다.
Posted by 네오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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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엔 유난히도 눈이 많이 오는 것 같다.
덕분에 눈 좋아하는 서진이에게 눈 구경을 실컷 시켜줄 수 있어 좋다.
오늘도 오후부터 내린 눈이 저녁무렵에는 꽤 많이 쌓였다.
집에 좀 늦게 오는 바람에 9시 반경이 되어서야 주영이랑 서진이랑 이렇게 눈구경을 집앞으로 나갔다.
날씨가 따뜻해서일까. 눈이 유난히도 반짝거린다.
자세히 보니 결정의 모양이 그대로 유지되어 있다.
아마도 이 때문에 반짝거렸던 모양이다.
주영이는 눈이 예쁘다고 야단이다. 서진이보다 주영이가 더 좋아하는 것 같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예쁜 눈이라고 한다. 나한테 이렇게 예쁜 눈 보았냐고 물어보길래,
"본 적은 있겠지. 40년이나 살았는데... 기억을 못하는 것 뿐 아니겠어."라고 했다.
내가 들어도 정말 멋대가리 없는 대답이다.
하지만 내가 보아도 참 예뻐보인다.
눈이 쌓인 나무 사이로 가로등 불빛이 비치고, 그 불빛에 내리는 눈결정이 비쳐서 마치 하늘에서 조그마한 빛가루가 쏟아지는 듯 하다.
오랜만에 보는 아름다운 광경이다.
서진이도 모처럼의 외출과 아름다운 풍경 때문인지 무척 즐거워 보인다.
이 눈은 또 쉽게 뭉쳐져서, 주영이와 함께 뭉친 눈으로 던지기 놀이를 했다.
눈을 던지며 놀다 보니 캐치볼이 문득 하고 싶어졌다.
주영이에게 얘기했더니, 곧 서진이가 크면 할 수 있을 거랜다.
과연 그럴까? 그 때쯤 되면 친구들하고만 놀려고 하지 않을려나...
눈이 잘 뭉쳐지길래 눈사람을 한번 만들어 보았다.
과연 이리저리 굴리니 쉽게 눈이 뭉쳐져서 점점 커진다.
꽤나 무겁고 크다.
이렇게 쉽게 눈덩어리가 만들어지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아래 몸통을 겨우 만들었는데, 이제 그만 들어올 시간이 되었다.
아쉬움을 뒤로 남기고 들어왔다.
서진이는 나보다 더 아쉬운가 보다.
몇번을 들어가자고 해도 정원에 서서 딴전을 피운다.
나중에 엘리베이터 앞에서도 그 좋아하는 엘리베이터 타기를 계속 미루기만 한다.
다시 나가고 싶은 모양이다.
내일 다시 나가자고 간신히 설득해서 들어왔다.
Posted by 네오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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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이가 이제는 제법 잘 걷는다.
17개월 정도 때만 해도 아파트 입구에서 소현초 방향 중간의 배드민턴장까지 걸어가려면 하세월이었는데 지금은 그냥 걸어가는 속도나 별반 차이가 없다.
더구나 그 때는 뭐가 그렇게도 궁금한게 많은지 마치 구역 점검하는 강아지처럼 구석구석을 살피면서 걸어가야 해서 더욱 시간이 많이 걸렸을게다.
지금은 가끔씩 지나가는 할머니 할아버지께 인사하는 것 말고는 비교적 딴 짓 없이 잘 따라온다.
다리 힘도 많이 좋아져서 전에는 쉬엄쉬엄 걸었는데, 지금은 중간중간 기분 좋으면 뛰면서 따라온다.
배드민턴 장에 가서 서진이가 가장 즐겨하는 운동은 계단 오르내리기다.
배드민턴 장으로부터 아파트로 바로 가는 나무로 된 계단이 바로 서진이의 favorite course인 셈이다. 일단 이 계단으로 가게 되면 바지도 더려워지고 올라갈때는 손도 짚어야 하기 때문에 손도 더러워지고 가끔 넘어지기라도 하면 옷이 다 지저분해지기 때문에 가급적 안 데려가려고 하지만 결국은 가게 된다.
오늘은 공을 가져가서 공차기를 좀 시켜볼 요량이었는데, 아직은 공차기가 그리 재미있지 않은 모양이다. 한두번 차고 나면 으례 손으로 잡고 들어서 나에게 가져다 준다. 때로는 지나가는 할아버지에게 주기도 한다.
그래도 비교적 잘 논다. 공차기도 꽤나 잘 하는 편이다. 한참을 엄마 아빠와 공차기를 하고 놀다가 결국은 계단으로 가게 되었다.
몇 계단을 내려가고 나면 다리가 후들거리는지 나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손을 잡고 계단 끝까지 가면 다시 돌아서서 올라간다.
이 계단이 일반 계단처럼 연속해서 계단이 있는게 아니라 중간중간에 있기 때문에 서진이에게는 안성맞춤이라 할 수 있다.
오를 때도 주로 손을 잡고 오르는데, 손을 잡아 주지 않으면 땅에 손을 짚고 올라간다.
손을 잡고 오를 때에는 무슨 욕심이 그리 많은지 짧은 다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다리를 쫙 벌리면서 사이가 제법 긴 계단을 한 걸음씩에 오르려고 한다.
내가 '다리길이 생각 좀 해야지' 했더니 주영이가 '아빠 다리랑 비슷해요'한다.
그렇게 따지면 엄마 다리길이도 거기서 거기지.
암튼 그렇게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언제쯤 서진이랑 배드민턴을 칠 수 있을려나...
서진이가 남자 애들 못지 않게 운동을 잘 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검도 같은 걸 배워서 시원찮은 남자 애들보다는 힘도 셌으면 좋겠다는게 내 바램이다.
Posted by 네오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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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이는 아직은 된소리를 발음할 수 없나 보다.
방귀를 뀌고 나면 원래 '뿡'이라고 해야 하는데, 서진이는 '붕'이라고 한다.
오늘도 차를 타고 가다 서진이가 방귀를 뀌길래, "서진아, 방귀 뀌었어?"라고 물으니, 그냥 '붕'이라고 대답한다.
더 재미있는 건, 얼마전 내가 큰소리로 방귀를 뀌었을 때도 옆에서 나한테 '붕'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아직은 방귀소리나 냄새가 싫지 않은 모양이다.
그러니 방귀 뀐게 부끄럽다고 생각하지도 않겠지.
아유, 귀여워. 그렇게 하나씩 세상을 배워 가는 것인가 보다.
Posted by 네오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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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단계는 '업어서 재우기'였다.
다행히 주영이가 아기띠를 미리 알아봐서 업는게 힘들지는 않았다.
아기띠 - 참 대단한 발명품이다. 아기를 업었을 때 아기의 체중이 내 허리에 걸리도록 만들기 때문에 오랫동안 업고 있어서 그닥 힘들지 않다.
이 때도 자장가는 계속되었다.
할아버지가 오셨을 때는 할아버지의 호남가를 즐겨 들었다.
자장가 뿐만 아니라 낮에도 좋아 했는데, 호남가를 들을 때는 가락에 맞추어 춤을 추거나 같이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드디어 18개월이 된 서진이는 자기가 졸리면 내 손을 잡고 안방으로 간다.
안방에 가서 서진이가 침대를 두드리면 내가 먼저 누워야 한다.
침대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서진이는 이제 혼자서도 침대에 잘 올라간다.
높이가 거의 자기 키 수준인데도 손으로 이불을 움켜쥐고 잘 올라간다.
처음 서진이가 침대에서 자기 혼자 내려오던 때는 잘못해서 뒤로 넘어질 때도 있었다.
언제 이렇게 자랐는지 모르겠다.
아뭏든 서진이가 침대를 두드리고 내가 누우면 서진이가 올라온다.
대부분은 내가 들어서 침대로 올려준다.
졸려서 왔으면 그냥 자면 좋은데, 아직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먼저 일어서서 침대 머리로 간 후 창문을 열고 닫기를 수회 반복한다.
창문을 열어서 바깥 경치를 구경하는 것은 오래된 서진이의 습관이다.
이게 질릴 때쯤 되면 침대 위에서 뒹군다.
이 때는 침대 바깥 쪽으로 떨어질까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한다.
나는 내내 자는척 하고 있어야 한다.
서진이에게 신경을 쓰거나 같이 놀아주면 잠들기까지의 시간이 계속 늘어나기 때문이다.
처음엔 누운 김에 자려고 안경을 벗었다.
그런데 안경을 벗은 내 모습이 서진이에게 영 어색한 모양이다.
내 위를 기어 넘어서 침대 밑으로 내려가 안경을 집어서 나에게 씌워준다.
그리고 다시 올라온다.
뒹굴기를 또 수차례 반복하면 이제 내 위에 올라탄다.
엉덩이로 내 배를 가격할 시간이다. 이 때는 사실 배가 아파서 자는척 하기는 힘들다.
더 이상 할 일이 없어지면 이제 내 배에 머리를 기대거나 아니면 내 팔을 베고 잠을 청하기 시작한다.
서진이는 팔베게를 좋아한다. 가장 좋아하는 자세는 등을 내쪽으로 하고 팔을 베는 자세다.
이렇게 누워서 내 손을 다시 자기 배 쪽으로 잡아당긴다.
일단 함께 잠들고 나면 내가 방 밖으로 나가는 걸 무척 싫어한다.
서진이가 자다가 깨어 났을 때는 화장실을 가거나 물을 먹으러 가는 것은 불가능이다.
일단 나가버리면 울며 불며 쫓아온다.
다시 안아주었을때 울음을 그치면 쉽게 끝날 일이지만 문제는 이렇게 한번 울기 시작하면 달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다시 안길려고 하지도 않을 뿐더러, 계속 이리저리 다니며 울기 시작하고, 간신히 울음을 그쳐도 다시 잠드는 것도 쉽지 않다.
때문에 목마른 것도 화장실에 가고 싶은 것도 그냥 참아버린다.
태어나서 자다가 화장실도 안 가고 참고 자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

귀찮을 법도 한 서진이 재우기이지만 항상 즐겁다.
다만 체력이 따라주질 안아 이렇게 며칠을 재우고 나면 몸 상태가 나빠지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대개 입안이 허는 것으로 그 증상이 나타나는데, 일단 헐고 나면 잘 낫질 않는다.
체력만 좋아진다면 계속 데리고 잘 수 있을 텐데...
힘들지만 서진이와 함께 하는 이 모든 것들은 언제나 즐겁기만 하다.
Posted by 네오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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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아빠들에 비해, 나는 서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그 중에 서진이를 재우는 일도 내가 많이 했었는데, 생각해 보면 비록 18개월이긴 하지만 그동안 이런저런 변화가 있었다.
서진이를 낳고 병원에서의 이틀밤, 그리고 이후 산후조리원에서의 2주는 다른 사람들이 재워주었기 때문에 아기를 재운다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몰랐다.
산후조리원에서 돌아온 후부터 아기재우기는 시작되었다.
겨우 18개월이 지났을 뿐이건만 그 때에 대한 기억은 멀기만 하다.
남들은 애가 벌써 18개월이 되었냐고 하지만 (남의 애는 빨리 큰다.) 우리에겐 한 18년은 지난 것만 같다. 그래서인지 처음에 어떻게 재웠는지는 확실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 생각엔 (와이프는 처음부터 안아서 재웠다고 한다.) 그 당시의 서진이는 하루 종일 먹고자고를 반복했던 것 같다. 그래서 사실 이렇다할 기억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주로 밤 11시 경에 서진이가 밤잠을 자기 바로 전에 우유 (보다 정확히는 유축해서 병에 담은 엄마의 모유)를 먹였는데, 이 때 이미 서진이는 잠이 들어 있었고 잠결에 항상 우유를 먹었다. 먹고 나면 별 탈 없이 계속 잠을 잤다.
그 때는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부모님 없이 둘이 있을 때에도 서진이를 방에 따로 재웠다. 다행히 그 당시에는 항상 속싸개로 싸서 옆으로 눕혀 재웠고, 아기가 특별히 발버둥을 치거나 하지 않으면 처음 자세대로 잠을 잤기 때문에 아무런 사고가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아찔하다.
밤에 서진이가 깨서 울면 우유를 먹일 시간이라는 뜻이었기 때문에 고민 없이 우유를 들고 가서 먹이고 다시 재웠다. 서진이는 지금도 배가 부르면 잘 잔다. 새벽에 우는 서진이를 달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직도 우유를 먹이는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자꾸 먹이기만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아뭏든 이 때가 제 1기라고 하면 제 2기는 서진이를 안아서 재우면서 시작되었다.
계속 눕혀서 재울 수도 있었는데, 어느 때인가 부모님이 서진이를 안아서 재우기 시작하셨다. 이 때부터 서진이는 안아주지 않으면 잠을 안 자기 시작했다. 나중에 후회한 점 중에 하나이다. 계속 눕혀서 재웠더라면...
아기는 점점 까다로와지기 시작했는데, 조금 지나자 안고서 온갖 종류의 자장가는 다 부르게 되었다. 모짜르트의 자장가를 내가 가장 먼저 불렀었고, 그 다음은 부모님께서 전래 자장가를 부르셨다. 자장 자장 우리 아기, 자장 자장 잘도 잔다. 검둥개야 짓지 마라, 꼬꼬닭아 울지 마라...
그러다 서진이에게 틀어 주기 시작한 동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가장 인상에 남는 동요는,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았더래요. 샤바샤바 아이 샤바 얼마나 힘들었을까. 샤바샤바 아이 샤바, 1980년생' 뭐 이런 식의 노래다.
이걸 가사를 살짝 바꾸어서 '우리 서진이, 예쁘게 잠도 잘 자네요...' 어쩌고 하면서 불렀다.
그런데 장모님께서 원래 가사가 너무 맘에 안든다고 싫어 하셔서 결국은 전래 자장가로 돌아가게 된다. 서진이가 잠을 잘 안자면 몇 번이고 계속해서 불렀다. 보통 한 10분에서 30분 정도 걸리지 않았나 싶다.
Posted by 네오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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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연대 가서 강의하고 세미나 마친 후에 이병량 교수님과 저녁 겸 술 한잔 하고 돌아왔다.
이병량 교수님과의 시간은 물론 즐거웠으나, 세미나에서의 일도 있고 기분이 왠지 가라앉았다.
뭐 크게 안되는 일도 없지만 되는 일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수 생활한지 벌써 4년째인데, 이렇다 할 구체적인 연구분야도 없고 오히려 머리는 굳어가는 것 같다.
물론 모든 것은 내책임이기는 하지만...
1월에 보낸 논문은 저널성격과 맞지 않다는 우회적인 reject를 맞았고, 내년까지의 재임용이 은근히 어깨를 짓누른다.
그런 가운데 오늘은 서진이와 하루를 보냈다.

서진이도 오늘 그닥 컨디션이 좋아보이진 않았다.
별다른 문제가 없는데도 징징거릴 때가 많았고 저녁 시간을 제외하고는 잘 놀지도 않았다.
아침엔 식사량이 적었는지 계속 먹을 걸 달라고 떼를 썼다.
그러다 결국은 사과가 담겨 있던 접시를 깨뜨렸다.
안다치도록 거실에 서진이를 데려다 놓고 깨진 접시 조각을 치운 후에 바닥을 대충 닦고 나서 다시 진공청소기로 청소를 했다.
그러는 동안 서진이를 호되게 야단치고, 청소중인 곳으로 오지 못하도록 했다.
나에게 다가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벌로 생각했는지 서진이는 몇 번 와서 안기려다가 다시 울면서 가곤 했다. 계속 못오게 하자 결국은 곰을 뜰어안고 울었다.
어떻게든 와서 안기려는 서진이를 보면 안스러운 마음이 생긴다.
청소를 모두 마친 후에는 다시 안아주었다.
점심을 먹은 후에 피곤했는지, 업자 마자 잠이 들었다.
침대에 눕혔는데, 요새는 침대에 눕히는 순간 다시 잠이 깨곤 했었는데 이번엔 다행히도 잠이 깨진 않았다.
이불을 덮어주고 나도 같이 잤다. 잠시 후 목욕탕에서 주영이가 돌아와 함께 잤다.
저녁엔 서진이가 좋아하는 의자에 앉히고 발로 공놀이를 했다.
오랜만에 깔깔거리고 웃는 서진이를 봤다.
다시 안스러운 마음이 생겼다.
지금 가족 중에서는 나말고는 이렇게 깔깔거리며 웃도록 놀아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내가 좀 더 시간이 많고 건강하다면 더 많이 놀아줄 수 있을텐데...
거실로 가서 다시 말타기를 시켜줬는데, 처음처럼 재미있지는 않은 모양이다.
아침의 일 때문이었는지 잠들기 전까지 서진이는 내 곁에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서진이와 재미있게 놀 수 있을 것인지 좀 생각해 봐야겠다.
점점 자라나는 아이를 항상 같은 방법으로 놀아줄 수는 없을 것 같다.
Posted by 네오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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