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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이가 이제 말을 알아듣기 시작했다.

서현이는 서진이에 비해 안된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하는 스타일이었는데,

언제부터인지 안돼 라고 말하면 울기 시작했다.

이것도 서진이와는 다른 점이다. 서진이는 안된다고 하면 그냥 안했는데,

서현이는 꼭 운다.

얼마전 주영이가 장난삼아 서현이에게 웃으면서 "안돼"라고 부드럽게 말했는데, 서현이가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나도 마찬가지로 웃으면서 안돼 라고 해봤더니 역시나 운다.

입을 삐죽 내밀고 눈치를 보다가 "아~"하고 울기 시작하는데 그 모습이 너무가 귀여워서 몇번이나 했다.

서현아, 미안해.

게다가 서현이는 어른들 말대로 "흥"이 있다.

음악이 나오면 엉덩이를 들썩들썩 하면서 춤을 춘다.

누가 시킨적도 없는데, 오디오건 아기 장난감이건 음악이 흘러나오면 거기에 맞추어서 춤을 춘다.

서 있을 때는 무릅을 구부렸다 펴면서 엉덩이를 들썩들썩 하고, 무릅 꿇고 있을 때에도 엉덩이를 들썩거리다가

정말 기분이 좋아지면 "꺄아~"하고 소리를 지른다.

놀라운 아이다.

얼마 전에는 혼자서 계속 "어찌고어찌고"를 반복하면서 말하기 연습을 했는데, 최근에는 엄마가 하는 말을 곧잘 따라한다.

제일 자주 하는 말이 "아기야"였는데, 이제는 엄마나 할머니가 하는 말을 따라하기 시작했다.

"빠빠"도 하고, "뭐라고"도 곧잘 따라한다. "언니야"도 하고. 물론 "엄마", "아빠"는 기본이다.

말을 배우려고 그러는지 혼자서 중얼중얼 뭐라고 하기도 한다.

서현이는 서진이에 비해 애교가 많다.

아는 사람을 보면 항상 웃고, (이렇게 웃기기 쉬운 아기도 드물 것이다.) 아빠한테 달려와 안기기도 하고, 보행기에서도 두 손을 내밀어 안아달라고 한다.

서진이 방에 혼자 두고 주방에서 밥을 먹고 있으면 사람들을 찾아 주방으로 기어온다. 

오늘 아침에는 식탁 밑으로 기어와서 나에게 안겼다.


서진이는 이제 밤에 잘 안깨고 잘 잔다.

자기 전에 쉬를 꼭 시켜서 그런지 최근에는 자다가 이불에 쉬한 경우도 없다.

밤에 잠깐 깰 때가 있는데 내가 가면 금방 진정하고 다시 잠이 든다.

게다가 나름 여성스러워져서 칫솔도 여자색깔 치솔만 쓰겠다고 우긴다.

화장실도 남자 여자 화장실을 가르는데, 집에 있는 화장실을 제멋대로 갈라서 나더러 여자화장실에 가지 마라고 야단친다

최근 파마를 해서 엄청 귀여워졌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자는 모습을 보면 정말 천사처럼 예뻐 보인다.

물론 떼쓰고 난리칠 때는 여기가 바로 지옥인가 싶을 때도 있다.

그림을 따로 가르친 적이 없었는데, 놀이학교에서 배워서인지 요새는 그림도 무척이나 잘 그린다.

엄마, 아빠를 그리기도 하고, 집이나 산을 그리기도 하는데,

요전에는 나와 함께 물감으로 숲을 그렸다.

색깔에 대한 센스가 뛰어나고 원색을 좋아해서 짙은 원색의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나도 어렸을 적에 미술에 대한 재능이 조금 있었는데, 서진이도 잘 하게 될런지...

서진이는 내가 해주는 이야기를 정말 좋아한다.

이야기라고 해 봐야 아주 단순하고 별볼이 없는 이야기이다.

보통 이야기 주제는 서진이가 정해 준다.

어제 밤에는 파워레인저, 미러클볼트(누구인지 모름), 애런딜런(맞는지 잘 기억이 안나는데, 역시 누구인지 모름)이 싸운 얘기를 해달라고 졸랐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 셋이 산에 놀러갔다고 괴물이랑 도깨비랑 싸운 얘기를 해줬다.

괴물이랑 도깨비가 수가 많아서 싸우기 힘들다고 했더니, 흥분해서 벌떡 일어나서 외쳤다.

"그럼, 친구들을 데리고 오면 돼"

"그리고 미러클볼트는 변신을 하면 돼, 응"

하면서

"미러클볼트는 이렇게 변신을 하지"

하더니 직접 변신 흉내를 냈다.

멋있다고 얘기해줬더니 의기양양해져서 한 다섯번 연속 변신 흉내를 냈다.

애런딜런이 누구냐고 물어봤더니

"애런딜런은 로보트가 아니야, 근데 애런딜런은 사람도 아니야"

라고 대답해줬다. 그럼 도대체 정체가 무엇인가...

아무튼 또 얘기를 해달라고 해서 이번에 바닷가에 갔다가 상어괴물을 만났다고 했더니,

또 흥분해서 벌떡 일어났다.

"상어는 물고기를 잡아먹어, 그리고 이가 뾰쪽해. 삼각형이야, 이렇게 생겼지"

하며 또 흉내를 냈다.

그리고 다시 미러클볼트의 변신모습을 한 다섯번 흉내내고, 괴물들 수가 많으면 친구들을 데려오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멋진 애들은 스물명이야, 그러면 이길 수 있지"

라고 했다.

또 얘기를 해달라고 해서 이번엔 그 셋이 상현공원에 간 얘기를 해줬다.

얘기를 해줘도 끝이 없다.

겨우 달래서 얘기를 멈췄더니, 내일 또 해달라고 사정했다.

내일은 이 셋이 어디를 가야 하나...

그리고 나서도 잠이 잘 안오는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뭔가 난해한 노래를 부르길래 아이폰으로 녹음을 했다.

다시 들려줬더니 깔깔거리며 좋아한다.

계속 녹음하겠다고 하면서 나중에는 애국가를 세번이나 불렀다.

귀여운 서진이, 그렇게 놀아놓고서 오늘 아침에는 6시 20분에 일어났다.

체력 짱!







Posted by 네오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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