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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이의 흥정하는 기술이 많이 늘었다.

밤마다 책을 읽을 때면 나름 흥정을 하곤 했는데, 내가 두권을 읽어주겠다고 하면 세권을 부르고 세권을 읽어주겠다고 하면 네권을 부르는 식이다.

그렇게 해놓고선 가져오는 책은 또 슬며시 한권 더다.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볼 때도 내가 한편만 보고 자자고 하면 두편을 보겠다고 하고, 10분만 더 보라고 하면 15분만 더 보겠다고 한다.

이제는 모든 일에 흥정을 도입했는데, 쵸코볼도 두개를 달라고 했다가 그냥 쉽게 주겠다고 하면 두개를 더 부른다.

먹기 싫은 밥을 먹을 때는 네숫갈만 더 먹자고 하면 세숫갈만 먹겠다고 하고, 치카하고 쉬하고 자자고 하면 쉬만 하겠다고 한다.

어디서 이런 것들을 다 배웠는지 모르겠다. 말하는 것도 너무나 천연덕스러워서 듣고 있으면 절로 웃음이 난다.

요즘엔 학교에서 글씨를 배워와서 집에서 열심히 쓰고 있다.

아까는 아빠 이름을 어떻게 쓰냐고 물어봐서 "왜" 라고 되물었더니 '아빠 사랑해요'라고 쓰려고 한단다.

가서 봤더니 '엄마 사랑해요'라고 이미 쓰고 내 것도 쓰려던 참이었다.

서진이랑 둘이 책을 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왠지 어린 딸이 아니라 친구같다는 생각도 든다.

아웅다웅 다투기도 하고 물어보기도 하고 창밖에 달빛이 비치면 가서 같이 보자고 하기도 하고 그러고서는 "아침에도 달이 있었는데"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언제 이렇게 컸나 싶다.

자려고 같이 누워서 "아빠도 일찍 자야 해. 피곤하잖아"라고 하거나, "아이폰 보면 눈나빠지니까 그만 보고 얼른 자"하는 소리를 듣노라면 벌써 다 큰 것 같은 착각도 든다.

때로는 내가 잘자라고 말하기 전에 먼저 "아빠 잘 자. 좋은 꿈 많이 꿔야 해"라고 한다던가, 무서운 꿈을 꾸었는데 아빠가 없었다고 하며 왜 자기 꿈에 안왔냐고 묻는다던지, 오늘은 아빠 꿈 꿀거라고 말하는 것을 들으면 이게 무슨 호강인가 싶다.

아빠가 뭐 하라고 하는 소리는 완전히 무시하고 자기 하고 싶은대로 놀고, 빨리 세수하라고 옆에서 소리를 질러도 느긋하게 물장난이나 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이 놈을 어떻게 해야 하나 싶기도 하지만 역시나 서진이 없이는 하루도 못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서현이는 보는 것만으로도 충만한 기분을 준다. 

이제는 말귀를 너무나 잘 알아들어서 아빠 맴매하고 오라고 하면 아빠한테 와서 손으로 한 대 치고 갈 정도다. 

최근에는 언니 아빠와 함께 하는 준비땅에 재미를 들였는데, 서진이 방에서 놀다가도 준비땅하자고 부르면 뛰어와서 중간쯤에서 화장실로 부리나케 뛰어간다. 입으로는 "윰미 아" 정도로 소리를 내면서 싱글벙글 뛰어가는데 무척이나 재미있는 모양이다. 그 동안 많이 커서 이젠 제법 뛰듯이 빨리 걷는다.

지윤이 엄마 손을 잡고 침대로 끌고 가서 기저귀를 들고 누워서 기저귀 갈아달라고 할 정도로 영특하고 귀여운 아이이기도 하다.

아빠와 언니가 꼭 껴안고 있으면 다른 사람과 있던 중이라도 와서 아빠에게 안아달라고 할 만큼 질투가 있기도 하고, 오토바이 놀이와 로케트 놀이를 좋아해서 해달라고 조르기도 한다.

아빠한테 안기면 자기도 아빠 등을 토닥거리고, 누워 있는 아빠 배에 올라타서 놀다가 슬며시 뽀뽀를 하기도 한다.

자는 모습은 그야말로 천사인데, 방금도 자다 깨서 울다가 아빠가 들어가니 아빠 얼굴을 말똥말똥 쳐다보다가 자장가를 들으면서 아빠 팔베개를 한 채로 잠이 들었다.

둘 다 하루하루 커가는 것이 아까울 정도다.


Posted by 네오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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