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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영어를 가르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그냥 교육용 아이패드 앱을 구해서 설치하다 보니, 유아용 동화들이 있었다.
그림과 함께 글이 나오고, 옵션을 선택하면 내용을 읽어준다.
자기 전에 동화책을 내가 읽어주려고 하면 자꾸 서진이가 뺏어가서 이것저것 만지고 하는 통에 오히려 오던 잠이 달아나는 것 같아, 대신 보여줄 요량이었는데 서진이가 아이패드를 워낙 좋아하는 바람에 계속 보여주게 되었다.
백설공주나 라푼젤 등 잘 알려진 동화들도 있고, 매일매일 새로운 내용이 자동으로 들어오는 창작동화도 있다.
특히나 창작동화는 내용은 좀 부실하지만 짧고 단순해서 빨리 끝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영어로 읽어주기 때문에 서진이가 내용을 전혀 이해못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동화책에 나오는 동물들을 하나씩 알려주기로 했다.
재미있는 건, 고양이가 캣이라는 건 단번에 알았는데 사자-라이언, 쥐-마우스는 몇번을 반복해서 알려줘도 전혀 외우지 못한다는 것이다.
진짜로 웃기는 것은 물어보면 자기가 지어낸 이름을 말한다는 것!
사자를 가리키며 이건 영어로 뭐야 하고 물어보면 "사복이"라고 한다. 쥐는 "폭다".
때로는 둘을 바꿔서 말하기도 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지어낸 이름인지 알 수가 없다.
어차피 공부를 시킬려는 의도는 아니었기 때문에 마냥 귀엽기만 할 뿐이다.
아이패드의 책 중에서 백설공주가 맘에 들었는지 어떻게 이름을 외워서 계속 백설공주를 보여달라고 한다.
내가 가만히 있으면 스스로 실행시켜서 들여다본다.
전혀 못알아먹는 영어인데도 그냥 그림이 재미있나보다.

며칠 전 서진이가 말을 잘 안들어서, 안방에 들어가며 침대에 있는 서진이를 계속 노려보았더니,
서진이가 "아빠가 무서워" 하면서 엄마를 쳐다본다. 하도 우스워서 피식 웃었더니 "이제 안무서워"라고 한다.
며칠 후에 거실에서 할머니가 서진이에게 물어보는 걸 안방에서 들었는데, "엄마가 무서워?" 하니까 무섭단다.
"아빠는 무서워?"하니까 안 무섭단다.

서진이가 이제는 괴물을 무서워해서 최근 요긴하게 써먹고 있다.
얼마 전에는 "괴물이 서진이 잡아가면 어떻게 하지?"하고 묻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괴물이 아빠 잡아가면 어떻게 하지?"하고 물었더니 "엄마도 잡아가"라고 대답한다.
기가 막혀서 "괴물이 엄마도 잡아가면 어떻게 하지?"하고 물었더니 "이모랑 살아"라고 대답한다.
"그럼 괴물이 이모를 잡아가면 어떻게 하지?"했더니 "안돼!"란다.
이런...
조금 있다가 "괴물이 이모를 잡아가면 어떻게 하지"하고 물어보니,
뭐가 잘못되었다는 낌새를 알아챘는지, "엄마아빠랑 살아"하고 대답한다.

서진이는 반가운 사람을 보거나 기분이 좋아지면 무작정 뛴다.
내가 집에 가면 현관에 나와서 보며 웃다가 갑자기 안방 쪽으로 뛰어간다.
귀엽기도 하지만 가끔은 걱정이 될 때도 있다.
예전에 광주 집에 갔을 때, 할아버지 할머니를 보고서는 갑자기 차도 쪽으로 뛰어간적이 있기 때문이다.
뭔가 다른 버릇을 만들어줘야 할 것 같다.

요새는 서진이가 헤헤하고 웃으면서 엄마아빠한테 올 때가 많다.
하루가 다르게 귀여운 짓이 늘어간다.
엄마가 아프다고 하면 어깨를 주무르기도 하고, 나랑 같이 손을 주무르기도 한다.
숨어서 아이팟을 볼 때도 많고, "아빠랑 숨바꼭질 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라고 말하기도 한다.
주영이가 "희진이인가, 미진이인가"라고 말하면 얼른 "박서진이야"라고 대답하기도 한다.
뭐니뭐니 해도 자는 모습은 정말 예쁘다. 자는 얼굴보다 더 예쁜 유일한 얼굴은 목욕할 때의 얼굴인 것 같다.
아침이면 이불속에 누워 안아달라고 떼쓰는 서진이가 너무 귀엽다.
이 때는 TV를 보러 거실에 나가자고 해도 "안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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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네오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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