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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부모님이 오셨다.
지난번 서울에 왔다 내려가신 뒤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셨고, 암으로 투병 중이시던 큰이모도 돌아가셨다.
어머니는 - 다른 집들이 다 그렇듯 - 외가 쪽 자매들과 매우 친하게 지내셨는데, 아마도 충격이 크셨을 것 같다.
특히 큰이모가 암 선고를 받으신 후에 상태가 많이 좋아지셔서 완치의 가능성도 내다보던 차에 다시 악화되시고 결국은 돌아가셨기 때문에 아쉬움이 크셨을 것이다.
그 외에도 집안 형제들로 인한 유산 다툼, 시골 집의 영역 문제로 인한 다툼, 할머니 상 이후에 비용으로 인한 다툼 등 크고 작은 문제들로 꽤 오랫동안 서울에 못 오시다 결국은 시간을 내어 오셨다.

예전과는 달리 이제는 서진이도 많이 컸기 때문에 할머니 할아버지를 잘 기억하고 있었다. 첫날부터 할아버지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고 한다. 서진이가 할아버지를 유난히도 좋아했기 때문에, 주영이는 과연 나와 아버지가 다 있을 때 서진이가 누구를 더 따를지 궁금하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서진이는 아빠를 가장 좋아하는 것 같다. ^^ 아마도 시간의 힘이겠지. 할아버지가 함께 있는 와중에도 아빠를 보면 졸졸 따라다녔다. 심지어 잘 때에도 내 손을 잡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누워계신 곳으로 데려가서 같이 눕자고 할 정도였다. 하루는 서진이를 재우느라 옆에서 계속 자는 척 하다가 잠드는 것을 보고 방으로 왔는데, 서진이가 바로 깨어서 울면서 안방으로 찾아왔다. 결국 그날은 안방에서 함께 잘 수 밖에 없었다.

부모님과 함께 보낸 기간 동안 서진이가 또 많이 자랐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말이 늘었다는 점이다. "서진이는 누구 딸?"하고 물어보면 "엄마 딸~"하고 대답한다. 주영이는 이게 무척이나 맘에 들었는지 서진이를 볼 때마다 열댓번씩 물어보곤 한다. 거기다 어머니가 아버지를 부를 때, 근혜아빠라고 부르시는데, 그 소리를 듣고는 서진이도 자꾸 "근혜아빠"라고 부르면 돌아다닌다. 못하게 했더니 구석으로 가서 작은 소리로 "근혜아빠" 한 후에 "쉿"이라고 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자기 옷이나 양말을 보면 "내 옷", "내 양말" 이라고 말하고, 숫자도 이젠 확실히 알게 되었다.

성격도 많이 활발해졌다. 집안에서만 자란 터라 밖에 나가면 늘 어리버리 했는데, 부모님과 함께 저녁마다 놀러 나가더니 다른 애들과도 곧잘 어울려 놀게 되었다. 많이 활달해진 모양이다. 하지만, 그저께 동백에 있는 실내놀이터에 데려 갔더니 아직도 많이 어리버리하긴 했다. 아마도 적응하기 위한 시간도 필요하고 어린이집 같은 데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나보다.

스스로 하는 일도 많아졌다. 잘 시간이 되면 할머니 할아버지 베개를 챙겨서 잠자리를 만든다.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를 데리고 방으로 가서 모두 눕게 한다. 부모님이 내려가신 뒤에도 내가 거실에 자리를 깔면 서진이가 베개를 가져와서 엄마 아빠 자리를 만든다. 그저께는 인형도 같이 자야한다고 인형 베게로 가져다 놓더니 그 위에 인형을 눕혔다.

아쉬운 것은 대소변을 빨리 가렸으면 하는 것이다. "쉬 할때 아빠한테 얘기안하고 그냥 하면 아빠가 어떻게 한다고?"하고 물어 보면 "맴매"라고 잘 대답하는 데도 불구하고 아직은 잘 가리지 못한다. 그냥 쉬하고 나서 내가 "맴매"하면서 몇 대 살짝 때렸더니 무시하고 저리 가버린다. 그 외에 운동량이 오히려 줄었다. 예전에는 밖에 나가면 안겨있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새는 안아달라고 할 때가 훨씬 많다. 어제 저녁에 운동을 나갔을 때는 안아달라고 하는 걸, 주영이가 말려서 그냥 두고 앞으로 가버렸는데, 뒤에서 쫓아오는 서진이의 "아빠, 아빠" 소리가 너무나 애처롭게 들렸다. 어린 나이에 벌써부터 아빠 가슴이 미어지도록 하는 재주가 있다니...

가끔 서진이는 날개에 행복가루를 묻히고 다니는 요정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서진이만 보고 있으면 그냥 행복해진다. 요새는 애교도 늘어서 아빠가 인상을 쓰고 있는 듯 보이면 와서 베시시 웃어 준다. 서진이 웃는 모습을 보면 다른 생각 따위는 다 잊혀진다. 그저께 잘 때는 자는 척 하고 있는 내 위로 올라오더니만 뽀뽀를 세번이나 해댔다. 어제는 주영이가 한번만 안아달라고 해서 잠깐 안겨 있는 동안 버둥거리며 울다가, 풀어주자 마자 아빠한테 와서 안겼다. 때로는 주영이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우리 서진이,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아빠는 서진이가 있어서 정말 행복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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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네오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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