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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빴던 10월이 지나고 이제야 한숨 돌리는 11월이 되었다.
열흘간의 합숙을 비롯한 바쁜 일정들 속에 육아일기도 뒤로 계속 미루기만 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서진이는 쭉쭉 자라나고 있다.

이제는 어지간한 대화가 되는 수준이다.
어제 저녁엔 백화점에 가자고 옷을 입혀놓고 잠시 꾸물거렸더니,
먼저 현관에 나가 신발을 신고, "아빠야, 엄마야, 빨리 가자."를 외치고 있었다.
지난 주부터 나랑 자고 있는데, 자기 전엔 항상 사랑해~라고 얘기한다. (물론 훈련의 결과다.)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다가 잠들기 전에는 항상 나한테 와서 "꼭 안아줘"하면서 팔베게를 한다.

그런 서진이가 가끔은 악몽을 꾼다.
오늘 아침에도 갑자기 일어나서 울더니, "엄마 밥줘", "엄마가 밥줘"라고 했다.
아마도 꿈에서 배고픈데 엄마가 밥을 주지 않았나보다...
그러다가 한두시간 후에 다시 깨더니 이번엔 "뽀로로 과자 줘"라고 했다.
주로 먹고 싶은게 있는데 그걸 못먹는게 요새 꾸는 악몽인 것 같다. -_-;;

그제는 자기 전에 느닷없이 나에게 "불이랑소리랑"이라고 말하며 떼를 쓰기 시작했다.
처음엔 불을 켜라는 말인 줄 알고 방불을 다시 켰는데, 여전히 떼를 썼다.
조금 생각해보니 전에 일본에서 사온 오르골을 가끔 틀어줬는데 그게 보고 싶었나 보다.
이 오르골은 LED가 내장되어 소리가 나는 동시에 빨강, 초록, 파랑 빛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용 모양의 크리스탈을 통해 비춰지기 때문에, 불을 끄고 보면 어른이 보기에도 제법 멋있다.
가져와서 틀어줬더니, 연신 "우와"하면서 좋아한다.
천정을 보기도 하고, 오르골을 들여다 보기도 하고, "노래 나온다"하면서 음악을 듣기도 하고, 요에 엎드려서 옆으로 보기도 하고, 무척이나 좋아하고 신기해한다.
어제도 자기 전에 틀어달라고 해서, "한번만"하고 틀어줬다.

서진이가 떼가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애교도 같이 늘어, 요새는 한참 떼를 써도 모른체 하고 있으면 나한테 와서 안아달라고 한다.
그리고 꼭 안아주면 진정을 하곤 한다. 그게 나한테만 그러는 것인지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나에게는 정말 천사와 같다는 것이다.
나는 잠을 방해 받으면 항상 짜증을 부리곤 했다.
체력이 약하기 때문에 충분히 자지 못하면 다음날 피곤하고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진이 때문에 깨는 건 좋다.
비록 서진이의 무거운 머리 때문에 팔베게를 오래 할 순 없지만,
서진이를 꼬옥 껴안고 있으면 행복감이 충만하다.
자다가 일어나 떼를 써도, 요새는 오래 가진 않는다.
조금 있으면 다시 나에게 와서 안기고 잠이 든다.
오늘 아침에도 "뽀로로 과자"로 한참 떼를 쓰다 결국은 나에게 안아달라고 하더니, 내 위에 안겨서 누운 체로 잠이 들었다.
몸이 조금 힘들어도 행복한 하루의 시작이다.

집에 다이아몬드 원석이 있다면, 이 원석을 다듬어서 훌륭한 상태로 만들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완벽한 다이아몬드가 있다면 이 다이아몬드에 흠이 생길까봐 오히려 전전긍긍하게 될 것이다.
지금 서진이는 나에게 완벽한 다이아몬드처럼 느껴진다.
그냥 앞으로 크게 다치는 일 없이 건강하게만 자라줬으면 좋겠다.
공부를 아주 잘 할 필요도 없고, 무슨 재능이 아주 뛰어날 필요도 없고,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건강하고 평범하게 살아주기만 한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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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네오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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