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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서진이와 서현이가 드디어 캐나다에서 초등학교와 데이케어에 처음으로 간 날이다.

주영이는 그 전날 잠을 잘 못 잘 정도로 긴장한 날이기도 하다.

영어를 못하는 두 어린 아이가 과연 하루를 잘 견뎌낼 수 있을까 하고 며칠 전부터 걱정했기 때문이다.

Westmount Park School은 걸어서 15분이면 충분히 가기 때문에 서진이는 나와 걸어서 학교에 갔다.

8시부터 학교가 시작인데다 첫날이기도 하고, 대충 언제 집에서 나가야 하는지 감이 안 잡혔기 때문에 비교적 일찍 집을 나섰다.

가는 길에 초등학교 5학년 4학년 2학년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한국 아줌마를 만났는데, 여기 온 지 세 달 되었다고 한다. 서진이 좀 잘 부탁한다고 5학년 여자애에게 말했는데, 가서 보니 반이 다르면 얼굴 볼 일도 잘 없을 것 같았다.

밖에서 기다리다 보니 담임선생님이 출석부를 들고 돌아다니면 아이들을 확인하고 있다.

가서 이름을 얘기하니 줄을 세워준다.

8시 10분 정도가 되자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1, 2학년들만 강당으로 갔다.

앞 자리에 대충 앉았는데 희한하게도 서진이가 앉은 줄에는 아무도 앉지 않았다....

대충 간단히 선생님 소개를 하고 교실로 나누어서 갔다. 서진이는 208호.

가서 먼저 lunch box를 교실 밖 큰 바구니에 넣고, 가방 (pack set이라고 부르는 것 같음)을 자기 자리에 건 다음,

안에 가서 자기 desk에 앉았다.

우리 나라처럼 일렬로 앉는 구조가 아니라 서너명이 그룹을 지어 책상을 붙이고 듣는 구조다. 서진이는 앞을 보고 앉았지만 옆 아이는 desk가 옆을 바라보는 그런 구조다.

또 이상하게도 서진이 그룹에는 아이들이 한 명도 안 왔다.

이런...

암튼 거기서 또 간단한 설명 - 이메일을 적어서 보내라, 다른 서류들을 작성해서 보내라 등등 - 을 듣고, 수업이 끝나면 pick up을 할 것인지, daycare나 school bus를 탈 것인지를 한 명씩 확인한 후에 부모들은 모두 나왔다.

각종 school supply가 한 가득 있는데, 아이들이 스스로 정리를 할테니 나가라고 한다.

서진이의 애절한 눈빛을 뒤로 하고 밖으로 나오는데, 과연 잘 지낼 수 있을 지 걱정이 온 몸을 휘감았다.


서현이는 엄마가 데리고 갔는데, 한참을 안 떨어지려고 했지만 그래도 장난감이 있어서 그걸 가지고 노는 동안 나올 수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아이들을 보내고 주영이랑 atwater 역 근처의 winners 등등이 모여 있는 몰에 갔다. 아이들 신발과 전구 등 이런저런 필요한 것들을 구입하고 집으로 돌아와 잠시 쉰 다음 4시 반 경에 다시 애들을 데리러 갔다.

먼저 서현이에게 갔는데, 주영이가 차를 세우는 동안 들어가보니 서현이는 outdoor activity를 하는 중이었다. 동양인처럼 생긴 한 선생님과 마주 보고 뭔가를 하다고 나를 보더니 열심히 뛰어와서 안긴다.

우리 아기, 하루는 잘 보냈니...

점심 때 잠깐 daycare에 전화를 했는데, 잘 지냈다고 한다. 아비게일이라는 친구도 생기고, 잘 먹고, 잘 놀았는데 가끔 알 수 없는 소리를 했다고 한다. 당연하지. 아직 영어를 못하니 한국말로 했을텐데...

아무튼 서현이를 데리고 다시 서진이에게로 갔다.

서진이도 daycare를 받는 중이라 밖에서 농구를 하며 놀고 있었다. 나를 보더니 역시 뛰어와서 안긴다.

학교는 어땠냐고 물어보니 다행히도 잘 지냈고 재미있었다고 한다.

여자친구도 하나 생기고, 남자친구도 생겼다는데 이름은 모른단다.

걔들도 서진이를 친구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무사히 하루를 보내고 어제는 집으로 왔다.

한가지 흠이 있다면 내가 서진이를 데리러 간 순간부터 서현이가 울기 시작해서 집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울었다는 점인데, daycare가 싫어서가 아니라 내가 내릴 때 자기도 내리고 싶어서 그랬다는 점이 그래도 다행이다.


오늘은 두번째 날인데, 어떻게 돌아가는 시스템인지 알수 없어서 역시 좀 일찍 학교에 왔다.

가는 길에 애들이 안 보여서 뭔 일인가 싶었는데, 우리가 좀 일찍 온 편이고 한 10분 동안 대부분의 애들이 학교로 왔다.

여기는 애들이 바로 교실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고 학교 앞 마당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다 시간이 되면 선생님들과 함께 room으로 간다. 


재미있는 것은 학년은 있지만 반에 대한 명칭은 없고, 대신 교실번호로 구분한다.

서진이 school fees를 내러 갔는데 나보고 room number를 물어봤다.

또 어리버리 하느라 first grade라고 했더니 list를 앞에서부터 뒤적뒤적 한다. 간신히 눈치를 채고 208호라고 말해줬는데, list에 서진이 이름이 없다. 아마 중간에 등록해서 그런가보다. 손으로 이름을 적고 돈을 냈다.

또 한가지. 여기는 일처리가 넘 느리다. office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줄이 줄어들 기미가 없다.

한 명이 와서 bus pass와 school fees 두 줄로 나누어 서라고 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school fees 줄이 줄어들 기미가 안보인다. 드디어 뒤에 여자가 폭발했나 보다. 나에게 우리 줄은 줄지 않는다고 불평을 한다. 안을 보니 딱 한사람 있길래 이제 곧 내차례라고 했는데 여전히 불만이 가득하다.


줄을 서서 밖에서 기다리는 동안 서진이는 아빠가 자기 옆에서 떠나지 못하게 한다.

마침 서진이 앞에 일본인 남자애가 있었는데, 그 엄마가 나에게 중국에서 왔냐고 물어본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아이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한다.

둘이 친하게 지낼 수 있으면 그것도 좋을 것 같다.

데이케어를 신청했냐고 물어보니 아직 안했단다.

나는 데이케어를 하는 중인데, 오늘은 조금 일찍 pick up할거라고 했더니, 그렇게 해도 되는거냐고 물어본다.

역시 일본인답게 매우 조심스러운 것 같다.

서진이가 오늘은 좀 더 일찍 데리러 와달라고 하는데, 어제처럼 안스럽다는 생각이 울컥 들었다.

모든 것이 낯설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긴 한국보다 훨씬 학교 생활이 즐거우니 이제 곧 나아지지 않을까...


주영이에게 전화해보니 서현이도 잘 안 떨어지려고 한단다.

서현이는 한국에서도 어린이집 가는 것을 그닥 좋아하지 않았으니 그럴만도 하다.

그래도 하루에 65달러(몬트리올에서 제일 비싼 데 아닌가 싶다.)나 내는데, 잘 적응해 보렴.

우리 이쁜 아가들, 얼른 적응해서 즐겁고 행복하게 캐나다 생활을 하렴.

아빠는 영어가 익숙치 않아서 아직도 모든게 힘겹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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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네오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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