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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육의 딜레마

학교 2010. 4. 18. 17:44

대학교육의 목표는 무엇일까?
대학교육도 서비스의 일종으로 보아야 하는 것일까? 학생들은 점점 더 쉬운 과목과 내용들을 선호한다. 특히 내가 가르쳐야 하는 프로그래밍 과목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피하고 싶어 하는 과목이다. 학생들에 대한 서비스라는 측면에서 대학교육을 본다면 이와 같은 과목들은 사라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즉 고객이 원하지 않는 서비스를 계속해서 제공할 필요가 있는가.
대학이 점차 전문화되어가면서 연구중심대학과 취업중심대학으로 양분되는 경향이 있다. 우리학교는 연구중심대학인가, 취업중심대학인가. 나는 취업진로지도교수를 맡고 있지만, 대학에서의 승진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연구점수이다. 더군다나 이 학교는 교수들의 승진요건을 계속해서 까다롭게 만들고 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취업진로지도를 강요하고 있다.
대학의 목표가 취업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프로그래밍 과목은 반드시 가르쳐야 할 과목이 된다. 최근처럼 자바개발자를 비롯한 프로그래머가 부족한 시점에서는 특히 프로그래밍은 학생들의 취업을 보장해준다.
대학의 목표가 연구라는 관점에 있어서도 학생들에게 프로그래밍은 반드시 필요하다. 최소한의 프로그래밍은 할 줄 알아야 분야가 무엇이든 기본연구수행이 가능하다. 만일 behavioral research라면 적어도 SAS 프로그래밍은 해야 한다. technical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경영대학에서 점차 경영정보학과가 사라져 가는 시점에서 어떤 교수는 이에 맞추어 프로그래밍으로부터 다른 소프트한 학문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하기도 하고, 어떤 교수는 오히려 차별화를 위해 프로그래밍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프로그래밍을 강화하는 것도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대학에서 한 과목의 한 학기 수강시간은 3시간 * 16주이다. 이 중에서 중간 기말고사를 제외하면 14주가 남는데, 일반적으로 의무로 되어 있는 주는 15주이므로 13주 정도가 평균이라고 할 수 있다.
요새 취업전문학원에서는 하루 8시간 주 5일 16주에 걸쳐 자바를 가르친다. 대학의 한학기 강의를 이 기준으로 본다면 일주일 분량 밖에는 되지 않는다. 과연 이 짧은 시간으로 가르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어떤 교수는 과제를 통해 이를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렇게 많은 과제를 내는 과목을 학생들이 선택할 리 없다.
결국 학생들에게 충분한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한 대학교육은 단순한 소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과목은 전문지식이 없어도, 중간에 몇 주를 빼먹어도, 들을 수 있는 그런 과목이다. 이런 과목의 특징은 깊이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학생들이 듣고 난 후에도 대부분은 학생들에게 체득되어 남아있지 못한다. 마치 다 듣고 나면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들을 때는 재미 있는 잡다한 유머와 같다.
대학에서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우리나라와 같은 교육구조를 지닌 나라에서는 더욱 고민할 수 밖에 없는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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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네오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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