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서재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데, 서진이가 갑자기 찾아왔다.
손에는 물컵에 물을 받아 들고 와서 "아빠, 물먹어"라고 하는 것이다.
그 땐 서진이에게 고마운 것 보다, 서진이가 어떻게 혼자서 높은 곳에 있는 정수기의 물을 받아 온 것일까에 더 놀랐다. 더군다나 잘못하면 깨질 수도 있는 컵에다... 그래서 서진이에게 다음부터는 혼자서 정수기 물을 받지 말라고 주의를 줬었다.
그러다 며칠 후부터는 자기 컵에다 혼자 물을 받아 먹는 일이 그리 놀랍지 않은 일이 되었다. 두 손으로 물컵을 잡고 까치발을 딛으면서 한껏 손을 올리면 간신히 정수기의 물을 받을 수 있다. 서진이가 혼자서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서진이가 아빠의 컵으로 물을 받아서 나에게 갖다 줬다는 사실은 정말로 감동이다.
더군다나 요새는 내가 밥먹을 때 옆에 와서 열심히 상추쌈을 싸서 준다. 물론 상추 안에 들어가는 것은 별로 없다. 겨우 밥 조금이 다지만 어쨌든 나는 열심히 받아 먹는다. 오늘은 민속촌 주차장에 있는 함지라는 식당에서 서진이가 상추에 멸치를 싸서 주었다. 정말로 기특하고 대견하다.
하지만 나에게 이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기쁨과 행복을 준다는 점에서 서진이는 이미 효녀다.
앞으로 서진이를 키우기 위해 무엇을 얼마나 해야 할 지 아직은 잘 알 수 없지만, 서진이가 지금까지 나에게 준 것만으로도 그 대가는 이미 차고 넘친 것 같다.
말재주도 없고 무뚝뚝한 나를 대신해 할아버지, 할머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에게 기쁨을 드린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서진이가 이젠 제법 모델 티가 난다. 예전에는 카메라만 들이대면 달려들어서 같이 보려는 통에 사진찍는 것이 불가능했지만, 지금은 카메라를 들고 "서진이 웃어"라고 하면 카메라를 보면서 "하하하"하고 웃는다. 거기에 "브이"라고 하면 두 손으로 브이자를 그리면서 "브이"소리를 낸다. 게다가 "서진이 뛰어봐"라고 하면 최근에 익힌 뛰기 기술까지 선보이고 있다. 다만 아빠의 사진 솜씨가 형편 없다는 것이 문제다. 그래도 마구 찍다 보면 하나 쯤은 건지겠지...
서진이의 최근 취미는 노래하기다.
혼자 있거나, 잘 때가 되면 혼자서 노래를 하곤 한다.
요새 잘 부르는 노래는 "산골짝의 다람쥐, 아기 다람쥐~"이다.
같이 산책을 하다 보면 서진이가 "아~기 다람쥐"하고 노래를 부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 외에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도 빼놓을 수 없다.
오늘은 "곰 세마리" 노래를 연신 불렀다.
"아빠 곰은 뚱뚱해, 엄마 곰은 날씬해, 아기 곰은 너무 귀여워"하고 난 뒤 "으쓱 으쓱"은 몸짓까지 따라하면서 부른다.
서진이가 드디어 소변과 응가를 가리게 되었다.
아기용 변기 위에서 소변과 대변을 보는데, 소변이나 대변을 보고 싶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얘기를 한다.
가서 옷과 기저귀를 벗겨주면 앉아서 대소변을 본다.
언제 이렇게 컸나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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