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때 소현중학교에 가서 좀 놀고 난 후, 집에 와서 목욕을 하고 저녁을 먹었다.
내일 9시 수업이라 일찍 자려고 10시 15분 쯤 부터 자리를 깔고 누웠다.
그런데, 낮잠을 자서인지 서진이가 잠이 오지 않는 모양이다.
그 때부터 말문이 트여서 이런저런 얘기를 계속 하기 시작했다.
시작은 이를 닦으면서 그만 닦겠다고 나에게 한 '그만 해요'부터였다.
서진이를 자게 하려고 일부러 뽀로로 인형을 옆에 눕혔는데, 그걸 보고 장난기가 생겼는지,
'뽀로로 약발라줘'하고 보채다가 결국은 혼자서 '약발랐다' 하고 나서 그걸 반복하기 시작했다.
곰인형까지 데려다 옆에 눕히더니, '곰 아야', '약발라줘'를 또 반복했다.
그래서 내가 '호'해주면 된다고 약은 안발라도 된다고 했더니 또 '호'하고 난리다.
화장실에 다녀왔더니, 뽀로로를 '맴매'하고 있질 않나.
나한테 계속 '부치' 부쳐달라고 하질 않나.
도무지 잠잘 생각을 하지 않았다.
좀 있다 엄마가 와서 옆에 눕고 나서부터는 혼자말을 하기 시작했는데,
엄마가 많이 시킨 '엄마 최고', '아빠 바보'를 혼자 반복하기 시작했다.
엄마가 시킨 '아빠 뿡 그만 해요'를 따라하다가 '아빠 뿡 해요'라고 하질 않나...
그러더니 갑자기 '자장 자장 자장 자장', '멍멍개야 짖지 마라'까지 혼자서 했다.
어제부터 옆에 곰인형을 재우게 했더니 곰인형에게 자장가를 불러준 모양이다.
한참을 그렇게 놀다가 갑자기 엄마한테 '엄마 비켜', '엄마 방에 가'라고 했다.
정말이지 갑자기 말문이 트인 모양이다.
이제 자기 하고 싶은 말은 거의 하는 것 같다.
불도 내가 끄려고 했더니 '서진이 불꺼'하고 가서 자기가 끈다.
그렇게 한참을 놀고도 잠이 안 오는지, 오늘은 아빠 위에 올라타서 아빠를 꼭 안아주는 걸 한 10번도 넘게 한 것 같다.
'아빠 꼬옥'하더니 올라와서 안아주고 내려가고, 조금 있다 다시 올라와서 안아주고 가고...
자기 위해 옆에 누운 체로 아빠를 꼬옥 안았을 때는 거의 입술이 닿을 정도록 가까이 안겨서 눈을 빤히 뜨고 아빠를 쳐다본다.
자꾸 부채를 부쳐달라고 해서, 눈 감고 있으면 부쳐주겠다고 해도, 조금만 지나면 눈을 뜨고 아빠를 쳐다본다.
평소 자던 자리 반대쪽으로 돌아와서 간신히 잠이 들었다.
서진이를 재우고 나니 내가 잠이 오질 않는다.
너무 과하게 행복해서 이런저런 걱정이 생긴다.
이렇게 많은 애정표현을 받고 나면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길까 겁이 날 때가 있다.
그 정도로 행복하다. 서진이랑 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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