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
집에 오면...
네오소나
2010. 8. 19. 22:44
집에 오면 가장 먼저 뛰어와 문을 열어주는 사람은 다름 아닌 서진이다.
예전에는 아빠를 보고 기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거실이나 부엌으로 뛰어가곤 했는데, 지금은 말을 배워서 그런지 엄마 아빠를 부르면 이런저런 말을 한다.
오늘은 손에 든 우유를 보더니 "우유"하고 몇번 외치고 난 후, "아빠, 학교"를 외쳐댔다. 아빠가 학교에서 돌아왔다는 말일게다.
겉옷을 벗어서 장농에 넣고 양말을 벗어 바닥에 놓으면, 서진이가 와서 양말을 주워들고 "아빠, 양말"을 또 외쳐댄다.
서진이는 내가 소변이나 대변을 보면 꼭 옆에 와서 본다.
예전에는 주영이가 옆에 있으면 대변을 보지 못했었다. 심지어 화장실 문을 열어 놓지도 못했다.
왠지 화장실에서 문닫고 혼자 있어야만 대변을 보는게 가능했었다.
하지만 요새는 서진이와 있을 때 내가 화장실 문을 닫아 버리면 서진이가 울기 때문에 항상 화장실 문을 열어 놓는다.
서진이는 아직 변 냄새가 싫지 않은 걸까? ㅎㅎ
소변을 볼 때는 옆에서 "아빠, 쉬"를 외쳐대다가, 나중에 물을 내리면 그걸 꼭 들여다본다. 물이 소용돌이치며 들어가는 모습이 신기한가 보다. 그런데 요새는 그걸 보면서 "아빠, 쉬, 안녕"을 외친다. 귀여워서 죽을 지경이다.
대변을 보고 있으면 옆에 와서 화장지를 조금씩 뜯어낸다. 그리고는 손을 뻗어 그걸로 나를 닦아주려 한다.
물론 닦을 수 있을 리가 없다. 닦는 척을 한 후에는 그걸 변기에 집어 넣는다. 그리고서는 다시 화장지를 조금 뜯어내는 것을 반복한다.
다 끝나고 물을 내리면, 역시나 고개를 빼서 들여다 본다. 지저분하다는 걸 아직 모르는 것일까...
그리고는 다시 "아빠, 응가, 안녕"을 외친다.
내가 세수를 마치고 나올때까지도 서진이는 화장실 앞에 항상 서있는다.
그리고는 내가 로션을 바르면 그걸 따라하는 흉내를 또 내곤 한다.
이런 행복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너무 아쉬워서 캠코더로 다 찍어볼까 싶다.
하지만 서진이는 캠코더를 의식하는 스타일이니, 평소처럼 행동하진 않겠지.
역시 내 기억 속에 새겨두는 수 밖에 없는데...
결국은 잊어버리게 될까봐 겁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