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이 걸음마
불과 하루 이틀 사이에 서현이가 걷기 시작했다.
두세 걸음이 고작이었는데 그야말로 어느날 갑자기 수십걸음을 걷게 된 것이다.
양팔을 펼쳐서 마치 줄타기를 하며 중심을 잡듯이 걷는데 마치 나비가 하늘하늘 날아가는 듯 걷는다.
서진이는 걸음마 보조기를 잡고 한참을 걸은 후에야 걷기 시작했는데, 서현이는 너무 쉽게 걷기 시작했다.
갑자기 걷기 시작한 것이 본인에게도 놀라웠는지 아니면 새로운 놀이가 너무나 재미있어서인지, 어제 오늘 계속 하루 종일 걷다시피 하고 있다.
엄마 아빠가 지쳐서 소파에 앉아 있어도 서현이만은 거실과 서진이 방을 열심히 오가면서 논다.
걷는 것이 무척이나 즐거운가 보다.
서현이의 놀라운 점은 무척이나 잘 웃는다는 것이다.
하루 종일 걸으면서 또한 하루 종일 싱글벙글이다.
걷다가 아빠를 보면 까르르 웃으면서 걸어와 안기는데, 이 모습을 평생 기억하고 싶다는 생각 뿐이다.
오늘 스튜디오에 가서 돌상 사진도 찍고 돌잡이도 했다.
얼마 전 돌사진 촬영에 지쳐서인지 주영이도 나도 그리고 서현이 서진이도 뭔가 대충대충 하는 느낌이 들었다.
더구나 서현이는 낯선 사람들과 함께 있어서인지 긴장을 풀지 않아, 웃는 사진이 거의 없었다.
그래도 돌잡이 만큼은 의욕적으로 했는데, 서현이가 아무래도 서진이보다는 더 욕심이 많은 것이 아닌가 싶다.
이것 저것 만지작 만지작 하다가 처음 집은 것은 마패였다.
대통령, 장관, 뭐라고 하는데 험난한 길이라 내키지는 않는다.
두번째 집은 것은 청진기였다.
그래, 의사라도 되면 먹고는 살겠지...
촬영이 다 끝나고 가벼운 옷으로 갈아입으니 다시 기분이 좋아졌는지 아빠를 보며 까르르 웃는다.
서진이는 어제 외박을 했다.
이모님 댁에 가서 하룻밤 자고 왔는데, 예전에 "아빠가 없으면 잘 수 없을 것 같아"라고 했던 건 뻥에 불과했다.
또래 애들과 어찌나 신나게 놀았던지 오늘 가서 데려오는 차안에서조차 졸고 있었다.
요새 서진이가 자기 전에 입에 붙은 말은 "이게 마지막이야"이다.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르면서 "마지막으로 이야기 한 번만 해줘"라고 해서 하나를 해주면,
"이제 딱 마지막이야. 이야기 한번 더 해줘"라고 하고 또 하나를 해주면,
"이제 진짜 마지막이야."라고 우긴다.
책을 세 권 읽어줬는데, "아빠 책을 한권 밖에 안 읽어줬잖아"하면서 또 읽어달라고 한다.
그래서, "아빠가 읽어 준 책 보여주면 어떻게 할거야" 했더니,
"그래도 한권만" 하면 우긴다.
자기로 하고 눕는 것이 저녁 놀이의 시작인 것 같다.
오늘도 한시간 넘게 노닥거리다가 잠이 들었다.
참, 그리고 서진이도 이야기를 만들어서 하기 시작했다.
오늘 자기 전에 이야기를 해주고 나서 그만 자자고 했더니,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서 하기 시작했다.
내용이나 목소리가 너무 귀여워서 녹음을 했더니, 신이 나서 뽀로로가 나오는 다른 이야기까지 했다.
그리고는 덤으로 노래도 하나. 그런데 무슨 노래인지는 도저히 모르겠다.